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법정을 나서는 모습

출처 : SONOW

5년간 법정 투쟁 끝 무죄 확정, 1억3천만원 형사보상 결정

뇌물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김학의(69) 전 법무부 차관이 국가로부터 총 1억3천409만5천원의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4-2부는 8일 관보를 통해 김 전 차관에게 구금에 대한 보상으로 1억2천510만원, 비용에 대한 보상으로 899만5천원을 지급한다고 공시했다.

형사보상 제도는 피고인에게 무죄가 확정된 경우 구금 일수에 따른 손해와 변호사 비용, 교통비 등을 국가가 보상해주는 제도다. 김 전 차관의 경우 약 14개월간의 수감 생활과 5번의 재판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 모두 보상 대상이 됐다.

이번 형사보상 결정은 무죄 추정 원칙과 사법부의 오판에 대한 국가 책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가 대법원에서 뒤집힌 점은 증거 판단의 어려움과 신중한 재판 진행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증인 진술 신빙성 문제로 대법원 파기환송, 최종 무죄

김 전 차관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건설업자 최모 씨로부터 4천300만원을 수수한 뇌물 혐의로 2019년 6월 기소됐다. 1심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대가성이 인정된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항소심에서 유죄의 결정적 증거로 활용된 최씨의 법정 증언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증인신문 전 '사전면담'에서 회유나 압박을 받아 진술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을 담당한 서울고법 재판부는 증거의 신빙성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 이 판결이 2022년 8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은 구속기소 후 1심 무죄로 석방됐다가 2심 실형 선고로 재구속, 대법원 파기환송으로 재석방되는 과정을 겪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증인 진술의 신빙성 판단과 수사기관의 증인 면담 과정에서의 적정성 확보 중요성을 보여주는 판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별장 성접대' 의혹에서 시작된 긴 법정 투쟁

이 사건의 발단은 2013년 3월 김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된 직후 언론에 보도된 '별장 성접대 동영상' 의혹이었다. 당시 이 의혹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며 수사기관의 본격적인 수사로 이어졌다.

핵심 쟁점이었던 성접대 의혹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과 재수사를 거치며 오랜 기간 논란을 낳았다. 하지만 결국 대법원에서 공소시효 만료나 혐의 입증 부족을 이유로 면소 또는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이와 함께 북한이 개발한 안면인식 프로그램 국내 납품 및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기소됐던 대북 사업가 김모 씨도 약 1억원의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김씨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고,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형사보상 제도의 의미와 사법 정의 실현

이번 형사보상 결정은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국가의 사법 오류에 대한 책임 인정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고위공직자에 대한 사법 처리 과정에서도 무죄 추정 원칙과 적정 절차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증거 수집과 평가 과정에서의 신중함, 증인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 그리고 수사기관과 법원의 역할 분담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유사 사건에서 보다 신중하고 객관적인 수사와 재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