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대교와 코리아나호텔 전경, 조선일보 사옥

출처 : SONOW

사건 개요: 조선일보 일가의 비극

2016년 9월 1일, 코리아나호텔 사장이자 조선일보 대표이사 방상훈의 동생인 방용훈의 부인 이미란(당시 52세)이 한강에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방용훈은 조선일보 주식 서열 5위의 대주주로, 한국 언론계의 거물 가문 출신이다.

사건 당시 단순한 개인적 비극으로 여겨졌던 이 사건은 2019년 3월 MBC 「PD수첩」이 심층 취재를 통해 방송하면서 전혀 다른 양상을 드러냈다. 가정폭력과 강제 퇴거, 그리고 이를 둘러싼 수사기관의 의심스러운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란은 사망 전 남편과 자녀들로부터 지속적인 폭력과 학대에 시달렸다는 증언들이 잇따라 나왔다. 전직 가정부는 "손찌검을 당할까봐 남편을 무서워했고, 방용훈이 때리는 일이 잦았다"고 증언했다. 이미란이 다니던 스파 직원 역시 "부인이 남편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뒷받침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이미란이 사설 구급차에 의해 강제로 집에서 끌려나갔다는 목격자 증언이다. 당시 방 사장 집에서 근무했던 직원은 "구급차 요원들이 당사자를 억지로 끌고 나가는 모습을 직접 봤다"고 진술했다.

언론보도와 증거 은폐 의혹

사건의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MBC 「PD수첩」의 용기 있는 보도 덕분이었다. 2019년 3월 5일 방송된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편지' 편은 그동안 감춰져 왔던 방용훈 일가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반면 조선일보를 비롯한 조선일보 계열 언론사들은 이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조선일보는 초기 몇 차례 관련 기사를 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해당 기사들의 링크가 사라지는 등 의도적인 은폐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민일보, 한국일보, 미디어오늘 등 다른 언론사들은 신속하게 후속 보도에 나섰다. 특히 이미란의 형부 김영수는 각종 방송과 팟캐스트에 출연해 사건의 전말을 상세히 공개했고, "방송도 굉장히 절제해서 보도한 것 같아 놀랐다"며 실제로는 더 심각한 상황이었음을 시사했다.

추가 취재를 통해 더욱 충격적인 사실들이 드러났다. 한국일보는 이미란이 "자살 전 도끼로 맞은 듯한 상처가 뒤통수에 있었다"는 유족 측 주장을 보도했고, MBC는 "딸이 흉기로 엄마의 복부를 3차례 찔렀다"는 증언을 추가로 공개했다.

수사 과정의 의혹과 재수사 명령

이 사건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수사기관의 대응이었다. 방용훈과 그의 아들이 이미란의 언니 집에 침입해 현관문을 돌로 내리치고 빙벽 등반용 철제 장비로 위협한 사건에 대해 검찰은 황당하게도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더욱 가관인 것은 명백한 CCTV 증거가 있었음에도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이런 처분을 내렸다는 점이다. 해당 CCTV 영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여론은 크게 들끓었다. 영상에는 방용훈의 아들이 어른 주먹만 한 돌을 들고 이모 집 현관문을 여러 차례 내리치는 모습과 방용훈이 철제 장비를 들고 위협적으로 행동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결국 고등검찰청에서는 해당 검사의 처분이 부당했다고 판단하고 사건 재수사를 명령했다. 이는 언론권력이 수사에 미치는 영향력과 우리나라 수사기관의 공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대목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방용훈의 장모가 딸의 죽음을 원망하는 편지를 보냈을 때, 정보기관에서 방용훈이 장모에게 보복할 가능성을 우려해 주의를 준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는 방용훈 일가의 권력과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됐다.

언론권력과 사법정의에 대한 성찰

방용훈 부인 자살 사건은 단순한 개인적 비극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 됐다. 언론권력이 어떻게 진실을 은폐하고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리고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특히 이 사건은 장자연 사건, 조선일보 손녀 갑질 논란과 함께 조선일보 일가의 사회적 위신을 실추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방용훈은 과거 장자연 수사 기록에서도 그의 이름이 언급되었다가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서는 빠지는 의혹스러운 행보를 보인 바 있어, 그의 권력과 영향력에 대한 의문은 더욱 증폭됐다.

시민사회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사건 재수사를 요구했고, 14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이는 시민들이 이 사건을 단순한 개인사가 아닌 사회 정의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언론학자들은 이 사건을 통해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언론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은폐할 때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상상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수사기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 사건은 권력과 부의 그늘에서 고통받는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뼈아픈 교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