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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전말: 단순 실종에서 전국적 관심사로
2021년 4월 25일 새벽,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생 손정민(22세)이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 A와 함께 음주 후 실종됐다. 5일 뒤인 4월 30일, 그의 시신이 한강에서 발견되면서 단순해 보였던 사고는 전국적인 관심을 끌게 됐다.
사건 당일 오후 11시 14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두 친구는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셨다. 손정민이 마지막으로 촬영한 동영상(오전 1시 56분)에는 친구 A가 엎드려 있는 모습과 함께 '골든 건은 어쩔 수 없어'라는 대화가 담겨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는 가수 GSoul(구 예명 골든)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전 2시부터 2시 50분까지 현장을 목격한 제보자들은 "두 사람이 함께 누워 있었고, A가 손정민의 주머니를 뒤적이며 물건을 챙기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다. 이후 오전 3시 37분 A가 부모에게 "정민이가 취해서 깨울 수 없다"고 전화한 뒤, 오전 4시 32분 홀로 귀가하는 CCTV 영상이 확인됐다.
의혹의 시작과 확산: 소셜미디어가 만든 추측들
친구 A에 대한 의혹은 여러 정황들이 겹치면서 시작됐다. 손정민의 휴대폰을 A가 가져간 점, 3시 37분 부모와의 통화 사실을 처음에 언급하지 않은 점, 그리고 A가 '블랙아웃' 상태로 7시간의 기억이 없다고 진술한 점 등이 의심을 받았다.
특히 손정민 유족이 5월 26일 발표한 13페이지 분량의 입장문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친구가 범인이다", "증거 인멸을 했다", "유력 정치인 자녀라서 수사가 축소됐다"는 등의 추측성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4만 명이 참여했고,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손정민을찾아주세요' 해시태그가 확산됐다. 일부 유튜버들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을 제작해 조회수를 올렸고, 이는 더 큰 추측과 음모론을 낳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언론 역시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일부 매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추측을 검증 없이 기사화했고, "의혹 제기", "새로운 정황" 등의 표현을 사용해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수사 결과와 진실: 과학적 증거가 말하는 것
경찰은 2개월여간의 수사를 통해 2021년 6월 29일 A에 대한 내사종결 처분을 내렸다. CCTV 분석, 휴대폰 포렌식, 목격자 진술, 부검 결과 등 모든 증거를 종합한 결과 A의 범행을 뒷받침할 물증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손정민의 사인은 익사로 확인됐다. 외상이나 폭행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혈중알코올농도는 0.1%로 상당한 만취 상태였다. 또한 A의 옷에서 손정민의 혈흔이나 DNA가 검출되지 않았고, A의 휴대폰에서도 범행과 관련된 증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유족이 폭행치사 및 유기치사로 재차 고소했지만, 검찰은 2023년 12월 29일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32개월간의 수사를 통해서도 A의 범행을 입증할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최종 결론이었다.
전문가들은 손정민이 만취 상태에서 화장실을 찾아 한강변으로 이동하다 실족해 입수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강에서는 매년 유사한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음주 후 실족사고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짜뉴스가 남긴 상처와 교훈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부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근거 없는 추측이 마치 사실인 양 확산되면서 무고한 시민인 친구 A와 그 가족들이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A 가족은 사건 발생 이후 협박 전화와 악성 댓글에 시달렸고, 개인정보가 온라인에 무차별 유포되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결국 거주지를 옮겨야 했고, A는 대학 휴학까지 하게 됐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소셜미디어 시대의 '디지털 린치'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한다. 특히 "의혹 제기"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무책임한 추측들이 어떻게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지, 그리고 이것이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팩트체킹 문화 확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 △온라인 플랫폼의 자정 노력 △법적 제재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추측과 사실을 구분하는 시민 개개인의 성숙한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사건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