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1월 20일, 한국 연예계를 충격에 빠뜨린 죽음
1995년 11월 20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인기 댄스그룹 '듀스'의 전 멤버 김성재(23)가 숨진 채 발견됐다. 1993년 4월 노래 '나를 돌아봐'로 데뷔한 듀스는 서태지와 아이들과 함께 1990년대 가요계의 아이콘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록을 기반으로 했다면, 김성재와 이현도로 이뤄진 듀스는 뉴잭스윙과 솔을 기반으로 한 흑인음악을 추구해 한국 힙합의 원조로 불렸다. 듀스 해체 이후 성공적인 솔로 데뷔 무대를 마친 다음날 발생한 갑작스러운 죽음은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검안 과정에서 드러난 충격적 증거들
김성재 사망사건의 핵심 쟁점은 검안 과정에서 발견된 물증들이다. 당시 검안에서 주사바늘 15개가 발견됐으나, 이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보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사망 전날인 11월 19일 SBS공개홀 안무연습실에서 촬영된 영상에서는 김성재의 오른팔에 주사 자국이 식별되지 않았으나, 사망 후 검안에서는 명확한 주사 흔적이 발견됐다. 검안 당시 증거 보존을 위한 폴라로이드 촬영도 선명하지 않아 정확한 분석에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초동수사의 부실함이 사건을 미궁으로 빠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26년간 지속된 미제사건의 사회적 파장
김성재 변사사건은 2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한국 연예계 최대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경찰은 강력사건 중 6개월 이상 피의자를 검거하지 못한 사건을 미제사건으로 분류하는데, 2019년 대검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살인사건 849건 중 41건이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김성재의 유족은 26년간 진실을 알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다. 가장이던 큰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가족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졌고, 범인과 사망 원인을 알지 못해 온전히 망자를 떠나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사건은 초동수사의 중요성과 검시제도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됐다.
진실 규명을 위한 지속적 노력과 향후 과제
김성재 사망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1년 6개월여 동안 3천 쪽이 넘는 수사·공판 기록과 당시 언론 보도를 분석하고, 수사기관과 법원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는 심층 취재가 진행됐다. 유족과 지인들을 만나고 법의학자와 의사들의 전문적 조언도 구했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된 김성재 전 여자친구 측 변호인들과도 수차례 접촉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당시 검시제도의 문제점과 전문가 증언 채택 과정의 한계가 드러났다. 현재까지도 크게 개선되지 않은 이러한 문제점들은 향후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