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복원된 정주영 회장과 금성 라디오의 모습

출처 : SONOW

디지털 기술로 되살아난 창업주의 목소리

"우리의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휩쓰는 날이 올 것입니다." 익숙하면서도 단단한 확신이 느껴지는 이 목소리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남긴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 AI 기술로 재현한 '디지털 육성'이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선보인 브랜드 영상을 통해 공개한 것으로,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시대를 지나 기업들이 이제 시간의 흔적이 담긴 기억까지 재현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정주영은 1915년 강원도 통천군에서 태어나 현대그룹의 창업주이자 초대 회장으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1세대 기업인이었다. 1930년대 쌀 배달부터 시작해 자동차 정비업, 건설업 등을 거치며 20세기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끈 인물로, 그의 철학과 비전이 담긴 메시지를 AI 기술로 복원하는 것은 단순한 과거 회상을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SK그룹 역시 고 최종현 회장의 모습을 AI 기술로 재현하여 영상 속에서 마치 직접 우리와 대화하는 듯 생생하게 구현했다. 이들 AI 영상과 음성은 기업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하며, 창업주의 철학과 가치관을 다시 살아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내부 임직원들에게는 '왜 이 길을 가는가'라는 근본 질문을 던지고, 외부 소비자와 시장에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알리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복고를 넘어선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재발견

대형마트에 1960년대 디자인을 살린 선풍기, 라디오, 토스터가 등장했다. LG전자는 옛 금성 시절 선풍기를 복원해 한정판으로 내놓았고, 신일 역시 60년 전 모델을 다시 출시했다. 이는 단순한 향수 마케팅을 넘어 브랜드의 뿌리와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작업이다.

현대차는 1974년 첫 고유 모델인 '포니'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새로운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수십 년 전 금형을 떠오르게 하는 라인이 요즘 감성과 어우러지며 반향을 일으켰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정서를 미래로 확장한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LG전자가 최근 퀄컴 CEO에게 선물한 1959년 금성 라디오 복원품은 이러한 유산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다. 이 라디오는 한국 가전산업의 출발점으로, 오래전 금성사 시절 만든 첫 라디오 모델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것이다. 최신 성능은 부족하지만 한국 가전 산업이 쌓아온 시간과 노력, 그 첫 출발점의 상징성이 스며 있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불확실한 시대의 차별화 전략

불확실성이 짙은 시대에 브랜드들이 무엇으로 경쟁할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정체성'이 부각되고 있다. 기술력과 가격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더 많은 기업이 창업주 육성, 원형 디자인, 오래된 로고 등을 통해 브랜드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유산 마케팅을 통해 기업들은 자신의 뿌리에서 출발한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다. 단순한 향수 효과를 넘어서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핵심을 짚어내고, 창업주가 남긴 메시지를 새롭게 가공해 오늘날의 도전과 비전에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오래된 물건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기업은 그 감정을 기억하고 활용하여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는 새로운 창

결과적으로 AI 기반 디지털 복원은 기업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 미래를 준비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브랜드가 단순 제품을 넘어 철학과 신념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유산 마케팅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를 꺼내 오늘을 새롭게 보는 창문이 되어, 한 시절의 제품과 철학을 다시 꺼내는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지금 또 다른 누군가의 '처음'으로 다시 시작되고 있다. 이는 브랜드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혁신적인 마케팅 접근법으로 평가되며,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자신만의 유산을 발굴하고 활용하는 트렌드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