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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 영웅이 건넨 특별한 임명장

지난 8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임명식'은 단순한 정치적 행사를 넘어 국민 주권의 상징적 의미를 담은 특별한 순간이었다. 취임 72일 만에 개최된 이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 중 하나는 바로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었다.

이국종 원장은 2011년 청해부대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며 전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의 의료진은 극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의료진의 모습을 보여주며 '기적의 의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7년에는 판문점을 통해 귀순하는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를 수술해 다시 한번 그의 의료적 역량과 인도주의적 가치관을 입증했다.

이번 국민임명식에서 이국종 원장이 자필로 작성한 임명장은 단순한 축하 메시지를 넘어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었다. 그는 "평생에 걸쳐 난관을 돌파해 낸 능력과 신념으로 경기도의 행정책임자로서 좋은 일들을 많이 했습니다"라고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행정 경험을 평가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이승만 대통령부터 시작된 모든 전임 국정 수반들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만을 계승하여 한국 사회를 선진화시켜서 번영의 다음 세대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이라는 대목이다. 이는 단순한 격려를 넘어 한국 현대사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미래 지향적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료계 원로가 바라본 리더십과 국정 운영

이국종 원장의 임명장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그의 독특한 이력과 사회적 영향력 때문이다. 그는 의료진으로서 생명을 구하는 일에 전념해온 동시에,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 개선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사회적 인물이다.

그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경기도 응급의료 전용 헬기인 '닥터헬기' 도입에 기여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의료 장비 도입을 넘어 응급의료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했다. 골든타임 내 환자 이송이 생존율에 미치는 결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닥터헬기 도입은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혁신적 변화였다.

또한 그는 전국 권역외상센터 설치를 위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개별 병원 차원의 노력을 넘어 국가 차원의 응급의료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현재 전국 각지에 설치된 권역외상센터들이 중증 응급환자 치료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그의 이런 노력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의료 현장에서 쌓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국종 원장은 리더십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에서는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 팀워크,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필수적이다. 이런 자질들은 국정 운영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덕목들이다.

"평생에 걸쳐 난관을 돌파해 낸 능력과 신념으로 경기도의 행정책임자로서 좋은 일들을 많이 했습니다. 이제 더 크고 어려운 임무를 수행해야 하니, 이승만 대통령부터 시작된 모든 전임 국정 수반들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만을 계승하여 한국 사회를 선진화시켜서 번영의 다음 세대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이 사람을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임명합니다." -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

역사적 맥락에서 본 임명장의 의미

이국종 원장이 임명장에서 "이승만 대통령부터 시작된 모든 전임 국정 수반들의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만을 계승하여"라고 표현한 부분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는 한국 현대사 70여 년을 관통하는 통찰력 있는 관점을 보여준다.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부터 시작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에 이르기까지 각 대통령들은 나름의 업적과 한계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이승만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구축이라는 업적을 남겼지만 독재적 경향이라는 한계도 보였다. 박정희는 경제개발과 산업화를 이뤘지만 권위주의적 통치라는 그림자를 남겼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 역시 각각의 성과와 아쉬움을 남겼다. 김영삼은 문민정부 출범과 금융실명제 도입 등의 성과를 거뒀지만 IMF 외환위기라는 시련을 겪었다. 김대중은 햇볕정책과 IT 강국 기반 조성에 기여했지만 경제 회복 과정에서 양극화 심화라는 부작용도 있었다.

노무현은 참여정부를 통한 민주주의 발전과 부동산 정책 시도 등의 업적을 남겼지만 정치적 갈등 심화라는 한계도 노출했다. 이명박은 경제위기 극복과 녹색성장 정책을 추진했지만 4대강 사업 등 논란도 있었다. 박근혜는 창조경제 구상 등을 제시했지만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되었고, 문재인은 코로나19 대응과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기울였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의 비판을 받았다.

이국종 원장의 이런 표현은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이분법적 평가를 지양하고,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의료진으로서 생명을 대하는 그의 철학과도 연결된다.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과거나 배경과 관계없이 오직 생명 구조에만 집중해야 하듯, 역사적 인물들도 공과 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국민임명식의 상징성과 향후 전망

이번 국민임명식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을 통해 집권한 이재명 정부가 정통성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일반적인 취임식과 달리 '국민 대표 80인'이 직접 임명장을 수여하는 형식을 통해 '국민 주권'의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임명장을 건네받아 한없이 영광스럽고, 한없이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오직 국민만 믿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향해 성큼성큼 직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국민과의 직접적 소통을 중시하는 그의 정치 철학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역경은 전례 없이 험준하지만, 우리가 이겨낸 수많은 위기에 비하면 극복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라는 발언은 현재 한국이 직면한 다양한 도전들에 대한 그의 인식을 보여준다. 경제적 불확실성, 사회적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국제정세 변화 등 복합적 과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국민 대표 80인에는 이국종 원장 외에도 광복군 독립운동가 목연욱 지사의 아들인 목장균 광복회원, 제78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학생 영화 부문 1등상을 받은 허가영 감독,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 대결을 벌인 이세돌 기사, 국내 최초 자연임신으로 다섯쌍둥이를 출산한 부부 김준영·사공혜란씨, 경북 초대형 산불 당시 지역주민 대피에 헌신한 마을 이장 정하성씨 등이 포함됐다.

이국종 원장과 같은 사회적 존경을 받는 인물들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새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지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앞으로 이재명 정부가 이런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