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부산진역사 문화플랫폼 시민마당 전경

출처 : SONOW

현황: 운영 3년 만에 ‘백기’…연 8억 원 예산, 지자체 한계 직면

100년 넘게 동해남부선 출발역으로 쓰이다 2005년 폐쇄된 옛 부산진역사는 2022년 ‘문화플랫폼 시민마당’으로 부활했다. 도서관·커피박물관·전시실(연면적 1,314㎡)과 2024년 개관한 어린이 문화공간 ‘들락날락’까지 더해지며 연간 방문객 12만 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임대료 2억5,000만 원 + 시설 유지·인건비 5억5,000만 원 등 연 8억 원이 투입되자, 재정자립도 17.9%에 불과한 동구는 “전 구민 예산의 2.7%를 한 시설에 투입한다”는 내부 결론을 내리고, 8월 초 코레일에 용지 공동개발·예산 분담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심층 분석: 북항·지하화 사업 겹쳐 ‘개발 록인’…코레일의 딜레마

코레일 측은 난색을 표한다. 역 터는 부산항 북항 2단계 재개발(2026~2034)동해선 철도 지하화(기본계획 수립 중) 구상지에 포함돼 있어 중장기 마스터플랜 없이 부분 협의가 어렵다. 2021년 체결된 MOU에도 “개발 착수 시 문화공간 사업을 정리·이전” 조항이 명시돼 있다. 전문가들은 ‘록인(lock-in) 효과’를 지적한다. 대규모 국책사업이 예고된 부지일수록 사전 활용 모델이 ‘임시·순환형’에 머물러 장기 운영비를 지자체가 떠안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재정 측면에서도 코레일은 이미 ‘최저 임대료’(㎡당 1만9,000원)를 적용 중이라 추가 인하가 곤란하다고 밝힌다. 동구는 지난 3년간 자체 예산으로 적자를 메우며 SOC(사회간접자본) 기능과 문화서비스를 동시에 수행했지만, 지방소멸대응기금·균특회계 등 외부 재원 확보에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전망: ‘3트랙 시나리오’—철수·임시 지속·공동 SPC

도시계획·재정 전문가들은 ①문화공간 철수 후 공실화, ②임시 운영 지속(적자 보전용 국·시비 필요), ③구·코레일·부산시가 참여하는 공동 SPC(특수목적법인) 설립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논의한다. SPC 모델은 북항 2단계 마스터플랜과 연동해 ‘역사 문화관+지역상생 상업시설(지분 30%)’을 개발하고 운영이익으로 적자를 상쇄하는 구조다. 부산시는 9월 ‘북항 복합환승센터’ 기본구상 용역 결과에 부산진역사 활용 대안을 포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학계는 “문화가속화지구(ACZ) 특례를 적용하면 국·시비 매칭(70%)으로 리모델링·콘텐츠 비용을 보조받을 수 있다”고 제안한다. 동구 역시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관광객 체류형 콘텐츠(철도 역사관·레트로 마켓)를 도입하고, 양극화 대응 생활SOC 예산을 우선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사점·과제: ‘임시 활용→영구 전략’ 전환이 지방재생 열쇠

옛 철도역·항만 창고를 문화공간으로 재생하는 사례는 전국 47곳. 그러나 도시재생사업 5년 차 이행률 32%, 평균 운영적자율 58% 등 ‘포스트 개관’ 단계에서 재정 붕괴가 반복된다. 부산진역사 사례는 장기 국책개발지 임시 활용의 한계를 보여주며, 개관 단계부터 ▲개발·운영 분담구조 ▲수익배분 모델 ▲민간 콘텐츠 MD를 내재화해야 함을 시사한다.

지자체는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운영비 국고 보조’ 근거를 확보하고, 국토부·문화부는 지역 문화SOC의 ‘비용–편익 KPI’ 제도화를 통해 선별 지원과 성과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문화공간의 가치는 콘텐츠 지속성에 달려 있다. 북항·지하화와 상생하려면 ‘임시’가 아닌 ‘전환형 개발’ 로드맵이 필수다.” — 부산대 도시계획학과 연구팀

결론·제언

부산진역사는 북항·철도지하화 거대 프로젝트의 ‘퍼즐 한 조각’이다. 문화플랫폼을 살리려면 예산 분담을 넘어, 코레일·부산시·동구가 통합 개발 청사진을 조속히 확정하고, 공공·민간 투자자가 참여하는 SPC 모델로 재정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관광·상업·공공서비스가 융합된 ‘역사 문화 허브’가 완성될 때, 동구·부산시민 모두가 체감하는 문화·경제적 파급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