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뇌 청소 실시간 관찰 기술 개발
윤창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와 배현민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수면 중 뇌에서 치매 유발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가 배출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뇌를 열어 관찰해야 하는 실험 특성상 이 과정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웠으나, 이번 기술 개발로 비침습적 방법으로 뇌 청소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치매 연구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전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향후 치매 예방과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밀로이드 베타, 치매의 핵심 원인 물질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는 뇌 활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노폐물이다. 뇌는 체중의 1.5%에 불과하지만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의 20%를 사용하며,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이처럼 활발한 뇌 활동으로 인해 아밀로이드 단백질 같은 노폐물이 지속적으로 생성된다. 치아에 치석이 끼어 치아 건강을 해치는 것처럼, 이 독성 단백질이 뇌 속에 과도하게 축적되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은 이러한 노폐물의 청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뇌 속 노폐물 청소 과정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수면 중 활성화되는 뇌 청소 시스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면 중에 뇌에서는 치매를 막는 '뇌 청소부'가 활발하게 작동한다. 아밀로이드 베타와 같은 독성 단백질들이 잠든 사이 뇌에서 씻겨져 배출되는 것이다. 이 청소 과정은 특히 깊은 잠에 빠진 상태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며, 약 90분 주기로 반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뇌척수액의 흐름이 증가하면서 뇌 조직 사이의 공간이 확장되고, 이를 통해 노폐물들이 효과적으로 제거된다. 이는 뇌가 깨어있을 때보다 수면 중에 청소 기능이 훨씬 활발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충분한 수면이 치매 예방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가 되고 있다.
치매 예방을 위한 수면의 중요성과 전망
이번 연구 성과는 질 좋은 수면이 치매 예방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특히 깊은 잠에 빠지는 90분 동안 뇌 청소 과정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므로, 충분하고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뇌 건강에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향후 개인별 뇌 청소 효율을 측정하고, 치매 위험도를 조기에 평가할 수 있는 진단 도구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치료법이나 뇌 청소 과정을 촉진하는 새로운 치료 방법 개발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급증하는 치매 환자를 줄이고, 뇌 건강을 유지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