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CEO 직속 'R-TF' 신설, 미래기술 사업화 본격화
네이버가 인공지능·디지털트윈·스마트시티 등 미래 기술 사업화를 위해 최수연 대표 직속 조직 'R-TF'를 신설했다. 조직명은 혁명(Revolution)을 상징하는 'R'을 차용했으며, 네이버랩스가 연구해온 첨단 기술을 본격적으로 사업화하는 것이 목표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가 TF장을 맡으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거쳐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자율주행과 로봇 연구를 총괄한 장성욱 전 부사장을 리더로 영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랩스가 보유한 첨단기술과 연구성과를 네이버 서비스 및 사업 전반에 유기적으로 적용하고 확산하기 위해 신설됐다'고 밝혔다. R-TF는 글로벌 B2B·B2G 사업 확장까지 추진하게 되며, 제2사옥 '1784'와 데이터센터 '각 세종' 등 다양한 테스트베드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서비스 고도화를 진행한다. 창업자 이해진 이사회 의장 복귀 이후 네이버의 글로벌 확장 전략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공간지능 핵심 기술 확보, 사우디 3개 도시 디지털트윈 구축
네이버랩스는 공간지능 연구에 집중해왔다. 공간지능은 AI가 3차원 물리 공간을 인지하고 판단해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디지털트윈과 자율주행의 근간을 이룬다. 네이버는 2017년 유럽 주요 AI 연구소인 네이버랩스 유럽(구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을 인수하며 연구 역량을 확장했다. AI 기반 실내외 인식 기술 '아크아이(ARC eye)', 다양한 공간을 3D로 구현하는 '어라이크(ALIKE)' 솔루션, 사진 한 장으로 3차원 공간을 2~3초 안에 만드는 '더스터(DUSt3R)' 등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합한 플랫폼 '트윈XR'을 기반으로 올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메디나·제다 3개 도시의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을 완료했다. 네이버페이는 어라이크 솔루션을 활용해 아파트 매물을 VR로 체험하는 '부동산 VR 매물·단지투어' 서비스를, 네이버는 지도에 오프라인 정보를 3차원으로 담는 '거리뷰3D'를 운영 중이다. R-TF는 이러한 원천 기술을 체계적인 사업화 구조로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2030년 669조원 공간지능 시장, 엔비디아·구글과 경쟁 본격화
R-TF가 5년 뒤 수백조원 규모로 성장할 공간지능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면 네이버는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공간컴퓨팅 시장은 4,698억 달러(약 66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공간지능 시장에서 엔비디아, 구글 등 빅테크와 경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페이 리 스탠퍼드대 교수가 2024년 4월 설립한 월드랩스는 지난달 이미지나 텍스트를 입력하면 3D 세계를 생성하는 '마블'을 공개했다. R-TF는 네이버의 글로벌 B2B·B2G 사업 연계를 추진하며, 제2사옥 1784와 데이터센터 각 세종 등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활용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서비스 고도화 및 글로벌 기업간거래·기업과정부간거래 사업 연계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업화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적 자산은 피지컬 AI 고도화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월 MIT 협업 휴머노이드 공개, 피지컬 AI 사업화 가속
네이버는 피지컬 AI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MIT 및 카이스트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를 다음달 공개한다. 올해 연말 네이버 사옥 1784에 투입되며, 배달 로봇 '루키'처럼 도시락이나 커피를 전달하는 역할부터 맡을 예정이다. 11월 6~7일 열리는 연례 기술 콘퍼런스 '단(DAN) 25'에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상옥 대표는 16일 디지털 인사이트 포럼에서 '미래 도시에는 수만, 수십만 대의 로봇이 사람과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움직이게 될 것'이라며 '네이버는 모든 로봇을 위한 눈과 두뇌를 클라우드에 구축하는 환경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지컬 AI의 근간인 '옴니모달리티(Omnimodality)' AI 모델도 개발 중이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클로바 기술총괄은 '옴니 모델은 사진, 음성, 스마트글라스 등을 입력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 D2SF는 최근 머신 비전 스타트업 써머 로보틱스에 신규 투자하며 피지컬 AI 분야 신규 투자 스타트업 공개 모집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