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엔비디아 블랙웰 칩 해외 수출 제한 선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블랙웰'을 미국 기업에만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CBS '60분' 프로그램과 에어포스원 기내 브리핑에서 '새로 출시된 블랙웰은 다른 어떤 반도체보다 10년은 앞서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그 반도체를 다른 나라에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에까지 수출 통제를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블랙웰 칩은 엔비디아가 개발한 차세대 AI 가속기로, 기존 H100 대비 최대 30배 향상된 성능을 자랑한다.
마이크로소프트, UAE 수출 첫 허가로 예외 사례 등장
트럼프의 수출 제한 발언과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랍에미리트(UAE)에 AI 칩을 수출할 수 있는 첫 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미국 정부의 엄격한 사이버보안·물리보안 요건을 모두 충족해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수출 승인으로 MS는 UAE에 6만400개의 A100 칩과 엔비디아의 최신 GB300 GPU를 포함한 칩들을 추가 공급할 수 있게 됐다. MS는 지난 3년간 UAE에 약 73억달러를 투자했으며, 2026~2029년까지 79억달러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선별적 수출을 허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 26만개 GPU 공급 약속과 정책 딜레마
트럼프의 수출 제한 발언은 지난 10월 31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에 총 26만장의 GPU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직후 나왔다. 젠슨 황 CEO는 당시 이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했다고 밝혔지만, 트럼프의 이번 발언으로 한국의 AI 칩 확보 계획에 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국내에 있는 엔비디아 GPU는 4만5000개 수준으로, 26만개가 추가되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GPU를 보유하게 된다. 최신 블랙웰 칩이 개당 3만~4만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78억~104억달러 규모의 공급이다. 이는 한국의 AI 국가전략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과 한국의 대응 전략
트럼프의 AI 칩 수출 제한 정책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미국이 핵심 AI 기술의 해외 유출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은 중국 견제가 주목적이지만, 우방국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UAE 수출 허가 사례는 엄격한 보안 기준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예외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과의 기술 협력 강화, 보안 기준 준수, 그리고 자체 AI 반도체 개발 역량 확보 등 다각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HBM 메모리와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협상력 확보가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한미 정상회담과 기업 간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해결책이 모색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