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우선' 발언으로 한국 AI 동맹 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CBS '60분'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최신 AI칩 '블랙웰(Blackwell)'을 미국 기업에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불과 3일 전인 10월 31일 엔비디아가 한국과 체결한 'AI 동맹' 협약을 정면으로 뒤흔드는 발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이재명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합의한 이 협약에 따르면, 삼성전자·SK그룹·현대차그룹이 각각 5만개씩, 네이버클라우드가 6만개, 한국 정부가 5만개 등 총 26만개 이상의 블랙웰 칩을 공급받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진보된 칩은 미국 외에는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국을 포함한 모든 해외 국가에 대한 공급 제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국 AI 인프라 구축 계획 차질 불가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국의 AI 인프라 구축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은 현재 4만5천개 수준인 엔비디아 GPU 보유량을 30만개 이상으로 늘려 전 세계 3위권 AI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용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 확대를 위해 블랙웰 칩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블랙웰은 기존 H100 대비 30배 빠른 AI 추론 성능을 제공하는 차세대 칩으로, 이 칩 없이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네이버클라우드 역시 6만개의 블랙웰 칩을 활용해 국내 AI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려 했으나, 공급 제한이 현실화될 경우 계획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한국 정부도 5만개 확보를 통해 공공 AI 인프라를 구축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중국 견제 강화하면서도 일부 여지 남겨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서는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최첨단 블랙웰 칩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으면서도 '덜 진보된 칩은 거래할 수 있다'며 일부 여지를 남겼다. 이는 그가 8월 중국에 축소 버전 칩 판매를 검토한다고 언급했다가 미 의회 대중 강경파의 거센 비판을 받은 이후 나온 발언이다. 공화당 존 물레나르 하원의원은 '축소 버전이라도 중국에 주는 것은 이란에 고농축 우라늄을 넘기는 것과 같다'고 반발하는 등 워싱턴 내 대중 강경론이 거세지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앞서 '중국 정부가 현재 엔비디아의 시장 진입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 내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중국 시장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어 미중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 새로운 국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미국이 AI 핵심 기술인 고성능 칩을 무기화하면서 기술 민족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3일 트럼프 발언에도 불구하고 0.6% 상승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이는 미국 내 수요 집중으로 인한 단기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시장 접근 제한이 엔비디아의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도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안 모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은 자체 AI 칩 개발 가속화나 다른 공급처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글로벌 AI 공급망의 재편을 가속화하고, 기술 블록화 현상을 심화시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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