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와 금 시세 차트

출처 : SONOW

국제 금 선물 3516달러로 종가 기준 신고가, 연준 금리인하 기대감이 상승 동력

2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금 12월 선물 가격이 온스당 3516.10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며 종가 기준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종전 최고가인 지난 8일 기록된 3491.30달러를 25달러가량 넘어선 수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국제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국제 금 시세는 지난 4월 급등한 이후 3200~3400달러선 범위에서 박스권 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22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잭슨홀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자 가격 상승에 방향성을 잡은 모양새다. 파월 의장은 "정책 금리가 제한적인 영역에 있는 상황 속에서 기본 전망과 위험 균형의 변화로 정책 기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었다.

7월 근원 PCE 예상치 부합으로 금리인하 기대감 더욱 강화

이날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7월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예상치에 부합한 것이 금값 상승을 이끌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7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 전월 대비 0.3% 상승해 모두 시장 예상치와 일치했다.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것으로 나타나자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4.00~4.25%로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87.5%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1주일 전 84.7%보다 더 높은 수치로,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가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통상 금값 상승의 요인으로 여겨지는데,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금에 대한 투자매력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 지속과 4거래일 연속 달러인덱스 하락으로 금 수요 증가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이어가는 점도 금값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금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는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과 함께 달러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달러 약세는 단순히 금리인하 기대감뿐만 아니라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국가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도 반영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과 감세 정책으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달러에 대한 장기적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들이 금에 대한 헤지 수요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내년 상반기 4000달러 전망, 인플레이션 지속 환경에서 금리인하

전문가들은 이러한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귀금속 매체 킷코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환경에서 금리가 인하되면 금 가격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금값이 4000달러를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준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달러 가치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독립성을 침해하려는 시도를 계속할 경우, 이것이 달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금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피델리티 이안 샘슨,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로 금값 4000달러 예측

지난달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내년 금값이 4000달러를 찍을 수 있다고 예측한 피델리티의 이안 샘슨 다자산 펀드매니저도 최근 서한을 공개해 미국 경제가 앞으로 몇 달 이내 둔화하거나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샘슨 매니저는 "금리 인하, 끈끈한 인플레이션, 성장 둔화는 모두 금값 강세를 가리킨다"며 "미국 재정적자 규모 확대는 달러 약세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켜 금에 대한 장기적인 수요도 증가시킨다"고 덧붙였다.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는 현재 미국 경제가 직면한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높게 유지해야 하지만, 경기 둔화와 고용시장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책적 딜레마 속에서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면서 동시에 경기 침체 대비 안전자산 역할을 하며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TACO' 가능성과 시장 반발 현실화시 대응 전략 주목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에서 보여준 것처럼 연준을 향해 압박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후퇴하는 이른바 '타코'(TACO·트럼프는 언제나 물러선다)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럴 경우 달러 가치가 반등해 금값 상승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아타칸 바키스칸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책이 계속된다면 달러가 하락하고 장기채 금리가 상승하는 모양으로 미국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 부채와 재정적자가 불어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채권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시장 반발이 점점 현실화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후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이러한 후퇴 신호보다는 오히려 강경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금값 상승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정책 혼란이 금에 대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