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보험상품 설명서류

출처 : SONOW

14년간 보험약관 이해도평가 시행했지만 불완전판매 여전히 반복

보험상품 불완전판매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금융감독원이 보험상품 설명 방식 개편에 나서고자 TF(태스크포스) 운영을 시작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TF 운영은 이찬진 금감원장이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소비자보호 강화' 기조에 방아쇠 역할을 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금융소비자들은 보험계약 시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 불완전판매에 휘말리곤 한다. 이에 대응하고자 당국은 '보험약관 등 이해도평가'를 14년 간 시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불완전판매는 반복되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에 따르면 보험 계약 시 설계사의 미흡한 상품 설명으로 인해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종신보험을 저축성으로 속이거나 고지의무 누락하는 전형적 불완전판매 사례들

대표적인 불완전판매 사례로는 경기도에 사는 백 모씨가 겪은 일이 있다. 20년 전 설계사는 해당 상품이 수익성이 좋은 변액 저축성보험이라며 10년 유지 시 원금은 회복되고 복리로 굴러가 해약해도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백씨를 속였다. 하지만 최근 우연히 가입돼 있던 저축성보험이 종신보험이라는 걸 알게 됐다. 백씨는 "10년만 납입하면 수익은 나지 않더라도 원금은 찾는다는 말에 이자 없는 저축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명백한 사기이자 기만"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파주시에 사는 이 모씨는 설계사의 고지의무 누락으로 인해 보험사로부터 보험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이씨는 병원에서 뇌동맥류 의심 진단을 받은 후 보험을 알아보다가 설계사와 통화 상담했다. 뇌동맥류 의심 진단으로 상품 가입이 되지 않을 수도 있어 이씨는 설계사에게 미리 고지의무를 다했으나 설계사는 진단받은 것이 아니라 가입이 가능하다며 계약을 진행했다. 1년 후 이씨가 뇌동맥류 진단을 받자 보험사에서는 고지의무위반으로 보험이 해지될 것이라 통보했다.

생보·손보 구분 없이 만연한 불완전판매, 젊은 연령층도 쉽게 노출

이같은 문제는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뿐만 아니라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신한라이프생명, NH농협생명, 흥국생명 등 생명보험사에서도 계속되는 문제다. 불완전판매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유도해 판매, 설계사의 의도적인 계약자 고지의무 누락, 저축성보험 금리 과대광고, 갱신형 보험을 비갱신형으로 판매 등이 있다.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는 다양한 연령대에서 발생한다. 고령화 소비자에게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더 높지만 젊은 연령대의 소비자들 또한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보험 약관은 분량도 방대할 뿐더러 이해하기 어렵다고 꾸준히 지적받고 있기 때문이다. 군포시에 사는 조 모씨는 지난 5월 공시이율인 연금보험을 확정금리로 오인했다는 걸 깨달았다. 설계사는 10년 후 만기 시 원금 6천만원에 이자만 560만원 가량이 될 것이라며 가입을 유도했지만, 실제로는 6100만원 가량만 돌려받게 됐다.

금감원, 간소화·시각화·디지털화·표준화 4대 기본방향으로 설명체계 개편

이같은 문제를 막고자 금융당국은 보험상품 설명 방식에 대한 전면 개편에 나섰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상품 설명 방식을 개편하기 위한 TF를 출범시켰다. 해당 TF는 보험계약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고 보험계약 시 소비자가 보험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 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보험 TF 출범은 보험개혁 종합방안 중 하나인 소비자 중심 제도와도 연결된다. 당국은 지난해부터 보험개혁회의를 거친 뒤 올해 3월 5대 전략으로 구성된 보험개혁 종합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5대 전략 중 하나인 소비자 중심 제도 개혁에 나서겠다고 선포했는데 이는 보험 설명 개편에 대한 내용이다. 당국에서는 소비자가 보험 상품 가입 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4대 기본방향인 간소화, 시각화(인포그래픽 및 도표화), 디지털화(AI 챗봇 도입 등), 표준화에 맞춘 상품설명 자료·공시체계 개편을 내세웠다.

업계는 개선 필요성 공감하지만 소비자단체는 민원처리 혁신이 더 시급

보험 TF 출범은 이찬진 금감원장의 '소비자 보호 강화'와 맞닿아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줄곧 소비자 보호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언급하고 있는데 이번 보험 TF 운영이 그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보험업계 또한 이번 보험 TF 출범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약관이나 청약서 등 소비자들이 보기엔 분량도 많고 이해도 쉽지 않기 때문에 개선될 부분이 맞다"며 "보험사들 또한 따라갈 것이지만 아직 논의 단계이기 때문에 결정된 바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소비자단체는 보험 TF 운영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불완전판매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험상품 설명 개편보다는 민원 처리 방식에 대한 혁신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현재 중요한 건 보험상품 설명 개편이 아닌 보험 신뢰도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가 문제"라며 "가령 불완전판매, 과잉설명, 승환계약 등의 민원이 발생하면 어떻게 혁신적으로 해결할 것이며 그런 민원이 재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