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건물과 비즈니스맨들이 논의하는 모습

출처 : SONOW

법인 가상자산 시장 개방 임박, 3500여 법인 대상

금융위원회의 법인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에 따라 하반기 중 상장법인과 전문투자자 등록법인의 가상자산 실명계좌 개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2단계 개방 대상은 금융회사를 제외한 주권 상장법인과 전문투자자 등록법인 3500여 곳으로, 코스피 시총 상위 기업을 포함한 유력기업 대다수가 포함된다.

전문투자법인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가 아닌 법인 중 일정 요건을 갖춰 금융투자협회에 등록한 회사로, 벤처캐피털, 사모펀드(PEF) 운용사, 자산운용사 계열 투자목적법인(SPC), 대기업 계열 투자사 등이 해당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작업 중이나 구체적인 시일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하반기 내 시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현재 연간 2400조원 규모의 소매거래 시장을 보유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세계 3위 유동성을 자랑한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가상자산 기관투자 시장이 2030년 59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60조원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기금 참여 가능성과 시장 활성화 기대감

법인 시장 개방의 가장 주목받는 요소는 연기금의 간접 참여 가능성이다. 직접투자는 제한적이지만,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나 수탁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로 시장에 참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단, 금융당국의 현물 ETF 허용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 2분기 기준 코인베이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 가상자산 관련 해외 주식 77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텍사스 교원연금, 버지니아주 등 일부 연기금이 비트코인 선물 ETF에 투자한 사례가 존재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운용액의 1%만 가상자산에 투자해도 엄청난 시장 활성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디지털자산 업계에 투자해 상당한 성과를 낸 만큼 추가 투자 기회는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의 총 운용자산이 약 1000조원임을 고려하면, 1% 투자만으로도 10조원 규모의 자금이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

업비트 선제 대응 vs 시중은행 제휴사 반격

거래소 업계는 법인시장 개방을 염두에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비트는 최근 업계 최초로 법인고객 100곳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법집행기관인 검찰청, 비영리기관인 사랑의열매, 그리고 최근 보유 가상자산 일부를 매도한 거래소 코인원까지 3개 법인유형 모두를 고객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비트는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제휴하고 있어 법인 영업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여러 시중은행이 업비트와 제휴를 위해 접촉했으나, 당국의 '1거래소 1은행' 원칙이 장벽으로 작용해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반면 시중은행과 제휴한 거래소들은 법인 영업망을 활용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빗썸은 올 초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제휴은행을 변경하며 기업 영업력을 대폭 강화했다. 국민은행은 상반기 기준 약 191조4350억원의 기업대출 잔액을 보유해 국내 1위 규모의 기업 영업망을 갖췄다.

거래소 순위 재편 가능성과 향후 전망

코빗 역시 제휴은행인 신한은행의 적극적인 법인 영업 지원을 받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분기 가상자산 시장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약 180조6990억원의 기업대출 잔액을 보유해 국민은행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제휴한 거래소들에게는 분명한 시장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며 "실제 거래소들이 제휴은행을 선택하거나 변경할 때도 법인 영업망은 최우선 고려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과 주거래은행의 관계는 기업대출 등 끈끈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어 가상자산 매매를 위해 새 은행과 거래를 트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인 가상자산 시장 개방은 단순히 새로운 고객층 확보를 넘어 거래소 생태계 전반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업비트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길지, 아니면 선제적 대응으로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기관투자자들의 본격적인 시장 참여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성숙도와 안정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