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나오는 개장 시황

출처 : SONOW

한 달 반 만에 무너진 3100선 방어선

국내 주식시장이 20일 급락세를 보이면서 코스피가 장중 3100선을 무너뜨렸다. 코스피가 31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약 한 달 반 만이다. 코스피는 지난달 3일 3100을 넘겼고, 4·7일 잠시 내려갔으나 7월 9일 이후 3100선을 지켜왔다.

이날 하락세는 전날 기술주 중심으로 뉴욕 증시가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경계 심리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들의 급락이 글로벌 증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 증시도 그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보다 30.04포인트(0.95%) 내린 3121.52에 개장해 장 초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전 9시 27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2.20%(69.23포인트) 급락한 3082.33에 거래 중이다.

3100선은 코스피에 있어 중요한 심리적 저항선 역할을 해왔다. 이 선이 무너지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최근 들어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요 기술적 지지선마저 붕괴되면서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개인투자자 대량 매도 vs 외국인·기관 매수

투자자별로 보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46억원, 1988억원을 동반 매수 중인 반면 개인이 홀로 2469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흥미로운 투자 패턴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먼저 매도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이 대량 매도를 주도하고 있다. 이는 최근 AI 관련 기술주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았던 만큼, 관련 우려가 커지자 실망 매매가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현재 수준에서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단기적 변동성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현재 주가 수준이 저평가되었다고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의 1988억원 매수는 상당한 규모로, 이들이 현재 하락을 일시적 조정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매도 규모가 더 커 전체적으로는 하락 압력이 우세한 상황이다.

AI 버블 우려와 미국 기술주 급락의 충격

국내 증시 하락은 전날 대두된 인공지능(AI) 산업 버블 우려와 미국 기술주 급락 충격이 영향을 미쳤다. 전날 뉴욕증시는 다우 지수만 0.02% 상승했고,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0.59%, 1.46% 하락 마감했다.

특히 AMD(-5.44%), 엔비디아(-3.50%), 브로드컴(-3.00%) 등 기술주는 매물이 쏟아지면서 300포인트 이상 큰 폭 하락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AI 관련 핵심 기업들로, 이들 주가의 급락은 AI 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

AI 버블 우려는 여러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 첫째, AI 기술의 상용화 속도가 당초 기대보다 느릴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AI 관련 투자 대비 실제 수익 창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현실적 고려가 커지고 있다. 셋째, AI 관련 주식들의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의 경우 AI 칩 시장의 절대강자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중국의 자체 AI 칩 개발 가속화와 경쟁 업체들의 추격으로 독점적 지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AMD 역시 데이터센터용 GPU 시장에서 엔비디아와의 경쟁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잭슨홀 미팅과 통화정책 우려

오는 22일(현지시간) 예정된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을 재확인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잭슨홀 미팅은 매년 8월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경제 심포지엄으로, Fed 의장의 발언을 통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행사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우려와 견조한 경제지표를 근거로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만약 파월 의장이 예상보다 매파적인 발언을 한다면,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주식시장에는 추가적인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기술주들은 금리에 민감한 특성상 금리 인하 지연 우려가 커질 경우 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Fed가 9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만, 그 폭과 이후 정책 경로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코스닥도 동반 하락, 투자 패턴은 상반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도 9.33포인트(1.18%) 내린 778.63에 거래를 시작해 전일 대비 20.50포인트(-2.60%) 하락한 767.46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닥은 코스피보다 더 큰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코스닥 상장 기업들 중 기술주 비중이 높고, 특히 AI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술주에 대한 부정적 심리가 커지면서 코스닥이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591억원·57억원을 동반 매수 중이고, 기관만이 410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이는 코스피와는 정반대 패턴이다.

코스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는 것은 현재 하락을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스닥 상장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졌다고 보거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할 때 현재 수준에서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코스닥에서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기술주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위험 관리 차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전망과 주목할 점

현재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점들이 여러 가지 있다. 첫째, 3100선 붕괴 이후 추가 하락 가능성이다. 중요한 기술적 지지선이 무너진 만큼 심리적 압박이 커질 수 있고, 이는 추가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둘째, 22일 잭슨홀 미팅에서 나올 파월 의장의 발언이다.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인 발언이 나올 경우 추가 하락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 반대로 시장 친화적인 발언이 나온다면 반등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셋째,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전망이다. 현재의 하락이 일시적 조정인지, 아니면 더 근본적인 문제의 시작인지는 관련 기업들의 실제 성과와 전망에 달려 있다.

넷째, 국내 기업들의 실적과 경제지표들이다. 대외 요인에 의한 하락이지만, 국내 펀더멘털이 견조하다면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이 가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별 매매 패턴의 변화도 중요한 관찰 포인트다. 현재 개인과 외국인·기관 간에 상반된 투자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패턴이 지속될지 아니면 변화할지에 따라 시장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