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원전주 일제 급락, 웨스팅하우스 합의 재조명
20일 한국 증시에서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원전 관련주들이 장중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미국 웨스팅하우스(WEC)와 체결한 글로벌 합의 내용이 재조명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전 10시 45분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전일 대비 12.27% 급락한 5만2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원전 생태계의 핵심 기업들도 동반 하락세를 보이며 한국전력(-7.10%), 한전기술(-9.86%), 한전산업(-6.96%), 한전KPS(-5.42%) 등이 장중 급락 거래 중이다.
이번 급락의 배경에는 한수원과 WEC 간 합의 내용이 한국 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분석이 부각된 것이 있다. 체코 원전 수주권을 확보하는 대신 치른 대가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합의에 따르면 한수원은 향후 50년간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기당 약 6.5억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기자재 및 용역을 WEC로부터 의무 구매해야 하며, 별도로 1.75억달러(약 2400억원)의 로열티도 지급해야 한다.
체코 원전 사업비가 기당 13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1기당 약 10%에 달하는 비용이 WEC로 흘러가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시장 진출 지역 제한과 기술주권 상실 우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국 원전의 해외 진출 지역이 크게 제한된다는 점이다. 합의에 따라 한국은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일부 등으로 진출 가능 지역이 한정되며, 북미와 EU(체코 제외) 등 주요 시장은 WEC의 독점 영역으로 양보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알려져 있던 내용이지만 한국 원전의 미국시장 진출 기대감이 컸던 상황에서 국내 원전주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차세대 원전 기술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도 WEC의 기술 자립 검증을 통과해야만 수출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기술주권 상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황 애널리스트는 "로열티 지불을 넘어 한국 원전의 기술주권 상실로 이어지면서 중장기 수출 가능성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원전이 기술적 독자성을 주장하더라도 WEC 종속 구조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수출 스토리 불확실성 확대
이번 합의로 인해 한국 원전 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한국 원전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왔는데, 이번 합의로 그러한 기대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황 애널리스트는 "한국 원전 산업의 자율성과 시장 다변화 가능성이 낮아지며, 기존에 기대하던 중장기 미국 수출 스토리에도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은 세계 최대 원전 시장 중 하나로, 바이든 행정부 이후 원전 르네상스 정책을 추진하며 SMR을 포함한 차세대 원전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로서는 매력적인 시장이었지만, 이번 합의로 인해 직접 진출 경로가 사실상 차단된 셈이다.
더욱이 원전 수출 시마다 상당한 비용을 WEC에 지급해야 하는 구조는 한국 원전의 가격 경쟁력을 크게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중동이나 동남아 등 허용된 시장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반응과 향후 전망
일부 증권사는 이번 이슈의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는 시각도 제시하고 있다. NH투자증권 등은 "지난 1월 양사의 합의 당시 유출된 내용"이라며 "합의 내용이 국내 원전 밸류체인 업체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 원전 기술의 독립성과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면서, 단순한 일회성 이슈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원전 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자 미래 에너지 전환의 핵심 분야로, 기술주권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영역이다. 이번 합의가 한국 원전 산업의 장기적 발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52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08% 급락한 3085.42를 기록하고 있어, 원전주 급락이 전체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관점에서의 시사점
이번 사태는 원전주 투자 시 고려해야 할 리스크 요인들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원전 산업은 기술적 복잡성과 함께 국제적 정치·경제적 요인에 크게 영향받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단순한 기술력이나 수주 실적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한국 원전 기업들의 해외 진출 전략이 글로벌 원전 기술 패권 구도 변화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사례가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와 같은 원천 기술 보유 업체들의 전략 변화가 한국 기업들의 사업 전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따라서 원전주 투자 시에는 기업의 기술력과 수주 능력뿐만 아니라 글로벌 원전 생태계에서의 위치와 독립성, 그리고 장기적 전략의 지속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기를 통해 한국 원전 산업이 진정한 기술 독립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근본적 전략 재검토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단기적인 수주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생태계를 재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