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버핏의 역발상 투자, 2조원 규모 유나이티드헬스 지분 매입
'투자의 구루' 워런 버핏(94)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올해 상반기 주가 급락으로 시장의 외면을 받은 유나이티드헬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는 1~2분기 중 유나이티드헬스 주식 500만 주를 매입해 약 16억 달러(약 2조2천억원) 규모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번 투자는 버핏 특유의 '역발상 투자'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유나이티드헬스는 의료비 지급금 급증과 미 사법당국의 조사 여파로 올해 들어 주가가 50% 가까이 폭락한 상황이었다. 시장이 회피하는 종목에 과감히 투자하는 버핏의 투자 스타일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버크셔는 지난 3월 보유주식 현황 자료에서 일부 매입 주식의 종목명을 비공개 처리해 투자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과거 처브, 셰브런, 버라이즌 투자 시에도 동일한 방식을 사용했던 만큼, 이번 공시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기대감이 높았다.
헬스케어 섹터 전망과 유나이티드헬스의 펀더멘털 분석
유나이티드헬스는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로 약 5천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은 의료 이용률 정상화와 그에 따른 의료비 지급금(Medical Cost Ratio) 상승이었다. 팬데믹 기간 억제됐던 의료 수요가 급격히 회복되면서 보험사들의 수익성에 압박을 가한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견고하다.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지속 증가할 전망이며, 유나이티드헬스는 보험업 외에도 의료 서비스, 헬스케어 IT 등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주가 수준에서 유나이티드헬스의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한다. 주가순자산비율(PBR) 2.8배, 주가수익비율(PER) 15.2배로 과거 평균 대비 할인된 수준이다. 특히 연간 배당수익률이 1.8%에 달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선호하는 버핏의 투자 철학과도 부합한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애플 매각과 신규 투자 전략
버크셔는 유나이티드헬스 매입과 동시에 기존 핵심 보유종목인 애플 주식 2천만 주를 추가 매각했다. 2016년부터 대규모로 매입해온 애플 지분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애플 주가가 고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는 판단과 함께, 포트폴리오의 집중도를 낮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는 유나이티드헬스 외에도 철강업체 뉴코어, 보안업체 알레지온, 주택건설업체 호튼과 레나 등이 확인됐다. 이들 종목은 모두 인프라 및 실물경제와 연관된 업종으로, 고금리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섹터들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버핏의 이번 투자 행보를 '경기 사이클 후반부' 대비 전략으로 분석한다. 기술주 중심의 성장주에서 벗어나 배당수익률이 높고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가치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반응과 향후 전망
버크셔의 유나이티드헬스 투자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주식은 시간외 거래에서 8% 이상 급등했다. 이는 '버핏 효과'라 불리는 현상으로, 그의 투자 결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준다. 헬스케어 섹터 전체로도 긍정적 영향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유나이티드헬스의 주가 회복 여부는 의료비 지급률 안정화와 정부 정책 변화에 달려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헬스케어 정책 방향과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프로그램 개편 논의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버핏의 이번 투자가 단순한 단기 차익 실현이 아닌 장기 가치 투자라는 점에서, 유나이티드헬스의 펀더멘털 회복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