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기대를 뒤덮은 '재개발'
2006년 아현동의 지명이 '새로운 낙원'으로 자리매김하자, 이종열씨(78)의 낡은 단독주택은 흔들렸다. 3대가 살았던 집을 계곡처럼 들고 있던 그의 세상에는 기회와 위험들이 함께 왔다. 아현동은 '뉴타운 광풍'이라는 이름으로 변모하며 재개발의 파도에 빠졌지만, 이종열씨에게는 그것은 꿈과 기대를 뒤덮은 '재개발'이었다. 20년 전부터 그의 집 주변을 감싼 거리들은 철제 가림막이 흐느적 녹아내린 자리로 검게 그을렸다.
아현2구역, 황금길과 노인들의 고통
당시 아현2구역은 노후 단독주택 마을이었다. 이씨의 동네는 투기가 모여드는 ‘황금 땅’으로 변모했고, 그에 맞추어 재개발 사업이 급격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들의 집, '평생의 보금자리'는 무너졌다. 재개발단지로 지정된 아현2구역은 노후한 단독주택 마을이었다. 당시 단독주택 재건축은 기반시설이 열악한 지역이 많아 사실상 재개발과 달리 ‘민간사업’으로 간주해 세입자 보호 대책이 없었다.
추억의 자리, 철저히 무너진 아현2구역
노인들은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우리가 살던 곳은 우리의 역사이다"며 고집했지만 용력없는 노년기 동안 집을 지켰다. 이씨도 겨울날 비를 맞아가며 보초를 섰다. 대형 쇠망치와 쇠지렛대로 유리창과 문을 부순 뒤 다시 들어가지 못하게 오물을 뿌리고 소화기를 분사하는 용역들을 만나기도 했다. 어떤 이는 실신했고 어떤 이는 갈비뼈가 부러졌다. 이씨의 아현2구역은 불과 한순간에 사라졌다.
"내 집"을 빼앗긴 사람들의 절망
이종열씨처럼 가난한 서민들은 '보금자리'를 잃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갔지만 그들 앞에는 새로운 고통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은평구의 반지하방으로 이사했으나 그의 마음속은 아현동의 추억이 가득했다. 그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라며 웃으면서도 5년간 머물렀던 자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출처: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