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인하 시 집값 급등 현상 분석 발표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BOK 경제연구: 진단적 기대를 반영한 주택시장 DSGE 모형 구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수요는 경기 상황보다 미래 주택가격에 대한 경제주체의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진운 한은 경제모형실 조사역과 이정혁 금융통화위원실 조사역이 공동 집필한 이 보고서는 경제주체들이 과거 경험이나 최근 뉴스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진단적 기대' 개념을 적용해 주택가격 변동요인을 분석했다. 연구진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 자료를 활용해 검증한 결과, 주택가격이 하락 국면으로 전환되는 시기에도 경제주체들은 미래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상당기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하 시 집값 56% 추가 상승, 경제효과는 제한적

새로 구축한 거시경제 모형을 활용해 금리 인하 충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진단적 기대가 반영된 경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을 때 8분기(2년) 후 주택가격은 합리적 기대 모형보다 약 56% 더 높게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국내총생산(GDP)과 투자, 소비는 8~10% 정도 낮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정혁 조사역은 '합리적·진단적 기대를 가정한 모형 모두 금리가 내려가면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실물경제가 부양되는 효과가 있었지만, 진단적 기대 하에서는 집값이 조금 더 올라가고, 경제 부양효과는 덜 나타났다'며 '진단적 기대 하에서는 집값 상승폭이 더 커지고 성장 제고 효과가 축소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 속에도 수도권 집값 상승세 지속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부진했지만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도권 주택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작년 6월 97.7에서 올해 9월 101.5로 상승한 반면, GDP 성장률은 작년 2분기 2.2%에서 올해 3분기 1.2%로 둔화했다. 이는 경제 펀더멘털과 부동산 시장이 괴리되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진단적 기대 심리가 실제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주택가격 상승을 지속시키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며 3회 연속 동결을 단행한 바 있어, 경기 둔화 우려로 금리 인하 필요성은 여전하지만 수도권 집값 상승으로 인한 금융 불안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일관된 주택정책과 거시건전성 강화 필요성 제기

한은은 '진단적 기대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과도하게 형성되지 않도록 주택시장 대책을 일관성 있게 지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윤진운 조사역은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기부진에 대응한 통화정책 완화 시에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거시건전성 정책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로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말한다. 이는 통화정책만으로는 경제 부양과 부동산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책 조합을 통한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향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서는 진단적 기대 심리를 고려한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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