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글 지도 반출 세 번째 보류 결정

국토교통부와 국토지리정보원이 11일 협의체를 열고 구글의 고정밀지도(1대5000 국가기본도) 국외 반출 신청을 세 번째로 보류했다. 정부는 구글에 내년 2월 5일까지 보완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구글이 9월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요구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 신청서에는 보안시설 가림 처리와 좌표 표시 제한의 구체적 기술 방안이 누락됐다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 5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 연기로 1년 가까이 검토를 지속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보류 결정에 당황하며 명확한 기준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안보 원칙과 통상 리스크 사이 절충점 모색

정부의 보류 결정 배경에는 안보 원칙과 통상·외교 리스크 사이의 복합적 계산이 깔려 있다. 정부는 △데이터 국내 저장 △보안시설 가림 처리 △좌표정보 비공개 등 세 가지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해왔다. 국가기본측량성과에는 군사시설, 전력망, 통신시설 등 핵심 인프라 정보가 포함돼 해외 서버 저장 시 정보주권 훼손 우려가 크다. 구글은 보안·좌표 처리에는 협조 의사를 밝혔지만 국내 서버 설치만큼은 수용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데이터 현지화 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하며 시장 개방을 압박해온 점도 정부 판단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업계 혼란 가중, '기준 부재' 논란 확산

업계에서는 정부의 반복적인 보류 결정에 대해 명확한 기준 부재를 지적하며 혼란을 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 번째 결정 미룰 때는 민원처리법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지금은 '서류 미비'밖에 없는데 지도 반출 관련 규정에는 그런 조항이 없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구글을 달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결국 미국의 눈치를 본다는 것"이라며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내달 8일 예정된 애플의 고정밀지도 반출 신청 판단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국내 서버 보유를 주장하지만 실제 데이터센터 여부는 불명확한 상황이다.

향후 전망과 시사점

고정밀지도 반출 문제는 한미 통상 협상의 주요 의제로 부상하면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담은 관세·안보 공동 팩트시트 발표가 원자력추진잠수함 문안 조율 문제로 미뤄진 것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두 사안을 동시에 고려하며 신중한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안보가 우선 고려돼야 하지만 통상 협상이 치열한 가운데 정무적 판단이 과도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구글에 여유 시간을 준 것은 한국 데이터센터 건설이나 기타 조항에 대한 구글의 결정을 기다리는 역제안의 의미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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