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현황ㆍ배경: ‘땅 장사’ 지적 속 LH 개혁론 부상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택지 조성 → 민간 매각” 방식을 ‘구조적 문제’로 지목했다. LH가 비싸게 판 땅값이 분양가에 전가돼 집값을 밀어 올린다는 논리다. 실제로 LH는 2024회계연도 기준 매출의 47%를 택지 매각으로 충당했고, 이 수익으로 공공임대 건설·운영에서 발생하는 연간 11조 원대 적자를 보전했다. 하지만 부채가 160조 원에 달하고 주거 사다리가 무너졌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정부는 ‘공적 역할 강화’를 핵심으로 LH 구조 조정을 예고했다.
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이 제시한 대안은 싱가포르형 공영개발이다. 연구원은 싱가포르를 “국토 90% 국유화를 배경으로 국민 90% 주택보유율을 달성한 초강력 공영개발 실험실”로 규정했다. 싱가포르 토지청(SLA)이 택지를 조성하면 주택개발청(HDB)이 이를 매입해 주택을 직접 건설·분양하며, 민간은 시공 파트너로만 참여한다.
심층 분석: 싱가포르 모델의 구조와 비용
토지·건설·분양 ‘원스톱’ — SLA는 국유지 활용으로 토지 비용을 최소화한다. HDB는 토지 매입부터 시공·분양까지 단일 주체가 책임지고, 신규 분양 시 중앙적립기금(CPF)에서 최대 1억3,000만 원, 재판매 시 최대 2억5,000만 원을 주택 구매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이 같은 구조 덕분에 30평형(약 99 ㎡) HDB 아파트 분양가는 평균 3억 원대에 머문다.
조 단위 적자 보전 — 공공이 전체 주택 공급의 65%를 담당하다 보니 HDB는 매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다. 2024회계연도 기준 정부 보조금은 7조4,000억 원에 달했으며, HDB는 국채와 별도 국고 지원으로 적자를 메운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를 ‘사회적 투자’로 규정해 재정건전성 지표에서 제외한다.
민간 역할 축소 — 민간 건설사는 시공과 공정관리만 담당한다. 과거 개발·분양을 맡았던 민간 주도 모델은 집값 급등과 품질 편차로 2010년대 초 폐지됐다. 그 결과 분양가 변동성이 낮아졌지만, 민간 건설사의 수익성은 제한적이다.
전망·시사점: 한국형 ‘초강력’ 공영개발 가능할까
국토교통부는 △공공 물량 확대 △공공임대 적자 보조 △택지 매각 축소를 골자로 ‘LH 뉴딜’ 초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싱가포르식 전환에는 세 가지 난제가 따른다.
① 재원 — LH가 민간택지 판매를 줄이면 연간 10조 원 이상 재원이 증발한다. 이를 국고 보조나 LH 회사채로 충당하면 국가부채, 금리 부담이 동시에 상승한다.
② 토지 확보 — 싱가포르는 국유지 비율이 90%지만, 한국은 25%에 불과하다. 수도권 주택 수요의 62%가 사유지에 집중돼 있어 강제 수용 갈등이 불가피하다.
③ 실행역량 — LH가 2024년 사업승인 기준 10만 가구를 공급하는 데도 인력·공정 관리가 한계에 달했다. 시공·분양까지 확대하면 조직 개편·인력 충원 없이는 공정 지연과 품질 하락 위험이 커진다.
결론·제언: ‘하이브리드 공영개발’이 현실적 대안
전면 싱가포르식 도입은 재정·토지 구조 차이로 현실성이 낮다. 대신 공공 직접 시행 비중을 단계적으로 30%→50%로 높이고, 민간 참여형 ‘총괄사업관리(PM)’를 도입해 실행 리스크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또 공공임대 적자를 ‘주택도시기금 특별계정’으로 이관해 LH 재무부담을 줄이고, 지방공사의 택지개발 참여를 확대해 지역 균형 공급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거 사다리 복원을 위한 ‘공공임대 → 사회적분양 → 장기공공분양’ 3단계 상품을 확충해 무주택자의 선택지를 넓히는 것이 개혁의 완결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