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고발장과 민사소장을 두고 고민하는 피해자 모습

출처 : SONOW

피해를 당한 후 법적 대응을 결정할 때 많은 사람들이 고민에 빠진다. 가해자를 처벌받게 할 것인가, 아니면 손해를 배상받을 것인가. 형사고발과 민사소송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다. 단순한 감정이 아닌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다.

목적부터 달라…'응보' vs '회복', 무엇이 우선인가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은 추구하는 목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형사소송은 가해자에 대한 응보와 사회적 제재가 목적이다. 징역, 벌금, 사회봉사 등을 통해 '벌을 받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반면 민사소송은 피해자의 손해 회복이 목표다. 치료비, 휴업손해, 정신적 피해 등을 금전으로 배상받는다.

2024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피해자의 67%가 '처벌보다 배상'을 우선시한다고 답했다. 특히 경제적 피해가 큰 사기, 횡령 사건에서는 이 비율이 85%까지 올라간다.

서울중앙지검 피해자 지원센터 관계자는 피해자마다 우선순위가 다르므로 본인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라고 조언했다.

증거의 질과 양이 승부 가른다…입증 기준 차이 고려해야

증거 확보 상황에 따라 형사와 민사의 유불리가 갈린다. 명확하고 객관적인 증거가 있다면 형사고발이 유리하다. 형사처벌을 받으면 민사소송에서도 유리한 지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증거가 부족하거나 애매한 상황이라면 민사소송을 먼저 고려해볼 만하다. 민사소송은 '증거의 우세' 기준으로 51% 이상의 개연성만 있으면 승소할 수 있다. 형사소송의 '합리적 의심 배제' 기준보다 훨씬 관대하다.

의료사고의 경우 의료진의 명백한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형사고발보다 민사소송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민사에서는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가능성만 입증하면 된다.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

실제로 2024년 의료사고 관련 통계를 보면 형사고발 건수는 834건인 반면 민사소송은 2,247건으로 3배 가까이 많다.

시간과 비용, 현실적 제약도 무시 못해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은 소요 시간과 비용 구조도 다르다. 형사소송은 국가가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므로 피해자의 직접적인 비용 부담은 적다. 다만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불기소될 수 있고, 재판 진행을 피해자가 통제하기 어렵다.

민사소송은 피해자가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비용 부담이 크다. 변호사비, 인지대, 송달료 등을 모두 합치면 소가의 10~15%에 달한다. 3심까지 가면 20% 이상 소요되기도 한다.

처리 기간도 고려 요소다. 형사사건은 1심 평균 6.8개월, 민사사건은 8.2개월이 걸린다. 하지만 형사는 수사 기간이 별도로 필요해 실제로는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3심제도 활용한 장기전략…'플랜 B'도 준비해야

3심제도를 고려한 장기적 전략 수립도 중요하다. 1심에서 패소해도 항소와 상고를 통해 뒤집을 기회가 있다. 특히 법리 쟁점이 복잡한 사건일수록 상급심에서 결과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많은 전문가들은 형사와 민사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권한다. 형사고발로 수사기관의 수사력을 활용해 증거를 확보하고, 동시에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추진하는 것이다. 2024년 기준 피해자의 약 35%가 이런 방식을 택한다.

다만 2025년부터 확대되는 '배상명령제'를 고려해야 한다.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별도 민사소송 없이 바로 배상명령을 받을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법무법인 대표는 피해 규모, 증거 상황, 가해자의 경제력, 본인의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처음부터 끝까지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냉정한 판단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