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민사재판에서 1심 패소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 손해배상, 계약분쟁, 부동산 소송 등 모든 민사사건에서 당사자는 항소와 상고를 통해 재기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항소심에서는 사실관계부터 다시 따져보기 때문에 1심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민사 항소율 12.3%, 4건 중 1건은 판결 뒤바뀌어
2024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사건 항소율은 12.3%로 형사사건(18.7%)보다 낮지만,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변경되는 비율은 약 25%에 달한다. 형사사건 변경률(1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는 민사재판의 특성 때문이다. 형사재판은 국가가 엄격한 증명 기준으로 범죄를 입증해야 하지만, 민사재판은 당사자가 대등한 입장에서 주장과 증거를 겨룬다. 증거 해석이나 법리 적용에서 판사마다 다른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에서 패소한 손해배상 사건이 서울고법에서 역전 승소하는 경우는 연간 수백 건에 이른다. 민사재판은 마지막까지 예측하기 어렵다
는 법조계 격언이 나온 배경이다.
항소심은 '완전한 재심리', 새 증거·증인 모두 가능
민사 항소심의 가장 큰 특징은 사실심으로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본다는 점이다. 1심에서 채택되지 않은 증거를 새로 제출할 수 있고, 증인 신문도 다시 할 수 있다. 심지어 1심에서 주장하지 않은 새로운 법적 논리도 펼칠 수 있다.
계약분쟁의 경우 1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묵시적 합의'나 '신의성실 원칙 위반'을 항소심에서 주장해 승소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소송에서도 감정평가나 현장검증을 다시 실시해 1심과 다른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항소심은 1심의 연장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재판이다. 당사자는 1심에서 미처 준비하지 못한 증거나 주장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부 관계자
대법원 상고는 '법률 해석 통일'이 목적, 사실 다툼 불가
민사 상고심인 대법원은 형사사건과 마찬가지로 법률심이다. 하급심에서 확정된 사실관계는 그대로 인정하고, 법률 적용이나 해석에만 집중한다. 계약 해석, 불법행위 성립 요건, 손해 산정 방법 등에서 하급심의 법리 적용이 틀렸는지만 판단한다.
특히 대법원은 전국 법원의 판결 통일성 확보에 중점을 둔다. 같은 유형의 계약분쟁이나 손해배상 사건에서 지역별로 다른 결론이 나오면 법적 안정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2024년 민사 상고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기각이 약 80%, 파기환송이 약 15%, 파기자판이 약 5%를 차지한다. 상고 인용률이 형사사건보다 높은 것은 민사법 영역에서 새로운 법리가 지속적으로 개발되기 때문이다.
2025년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항소 절차 더욱 신속화
내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민사소송법은 항소심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다. 소액사건(소가 2억원 이하)의 경우 항소심에서도 단독판사가 심리할 수 있게 되고, 변론 없이 서면만으로 판결할 수 있는 사건 범위가 확대된다.
또한 온라인 소송 시스템 확대로 항소장 제출부터 변론기일 지정까지 모든 절차가 디지털화된다. 법원행정처는 항소심 처리 기간을 현재 평균 8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하겠다
고 밝혔다.
다만 상고 절차는 오히려 까다로워진다. 대법원은 법리적 중요성이 낮은 사건의 상고를 제한하는 '허가제 상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정말 중요한 법률 쟁점에 집중해 판례의 품질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민사소송 전문 변호사들은 항소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만 상고는 명확한 법리 쟁점이 있을 때만 시도하는 게 현실적
이라고 조언한다. 그럼에도 민사재판에서 항소·상고 제도는 권리 구제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