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재판에서 패소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권리 구제를 위해 총 3번의 재판 기회를 제공하는 3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방법원 1심에서 시작해 고등법원 2심, 그리고 대법원 3심까지 이어지는 이 시스템은 단순한 재심 기회가 아닌 정교한 법적 안전망이다.
지방법원→고등법원→대법원, 체계적인 3단계 심급 구조
3심제도는 말 그대로 한 사건에 대해 세 번의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1심은 전국 18개 지방법원과 110여 개 지원에서 담당하고, 2심은 6개 고등법원에서, 3심은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한다.
각 심급마다 역할이 다르다. 1심과 2심은 '사실심'으로 증거를 직접 조사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반면 3심인 대법원은 '법률심'으로 하급심의 법률 적용이 올바른지만 심사한다.
2024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민사 약 165만 건, 형사 약 78만 건으로 1심에서 대부분 결론이 나지만, 항소율은 민사 12.3%, 형사 18.7%를 기록했다.
사실심 vs 법률심, 각기 다른 역할로 완벽한 검증
1심과 2심은 증인 신문, 증거 조사 등을 통해 '무엇이 실제로 일어났는가'를 밝힌다. 이때 판사들은 당사자들의 주장을 직접 듣고 증거를 검토해 사실관계를 확정한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법률 적용이 맞는가'에만 집중한다. 하급심에서 인정한 사실을 전제로 법률 해석이나 적용에 오류가 있는지 검토한다. 사실은 묻지 않고 법리만 따진다
는 것이 핵심이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법률심이므로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만 사실 인정에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는 명백한 오류가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심리한다.
대법원 사무처
오판 방지와 법적 통일성 확보, 3심제의 핵심 기능
3심제도의 첫 번째 목적은 오판 방지다. 한 명의 판사나 소수 판사단이 내린 판결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 상급심에서 재검토할 기회를 준다. 실제로 2심에서 1심 판결이 뒤바뀌는 비율은 민사 약 25%, 형사 약 15%에 달한다.
두 번째는 법적 통일성 확보다. 전국 각지 법원에서 비슷한 사건에 대해 다른 판결이 나오면 법적 혼란이 발생한다. 대법원이 최종 해석을 통해 전국적으로 일관된 법 적용 기준을 제시한다.
헌법재판소는 3심제에 대해 재판받을 권리의 핵심 내용
이라고 규정하며,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필수적 제도
라고 평가했다.
상고 제한으로 2025년부터 대법원 부담 경감 추진
다만 3심제도도 완벽하지 않다. 대법원에 접수되는 상고 사건이 연간 2만여 건에 달해 심리 기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있다. 이에 대법원은 2025년부터 중요하지 않은 사건의 상고를 제한하는 '허가제 상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3심제의 취지는 유지하되 정말 필요한 사건에 집중해 심리 품질을 높이겠다
고 밝혔다. 이는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이 채택한 방식으로, 법적 통일성이 중요한 사건에 대법원이 집중할 수 있게 한다.
3심제도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국민의 권리 구제와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핵심 장치로 평가받고 있다. 재판 한 번으로 모든 게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 사법제도의 자신감이자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