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뉴욕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는 모습

출처 : SONOW

현대자동차가 9월 18일 뉴욕 맨해튼에서 첫 해외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전기차 캐즘과 관세 부담 등 복합 위기에 77조3000억원 투자로 정면 승부하겠다고 선언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불확실성의 시기를 다시 마주했으나 이전 경험처럼 또 한번 위기를 극복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2026~2030년 77조3000억원 투자, 지난해보다 7조원 증액

현대차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77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계획보다 7조원 늘어난 규모로, 연구개발에 30조9000억원, 설비투자에 38조3000억원, 전략투자에 8조1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세부 계획을 제시했다.

2030년 글로벌 판매 목표는 555만대로 유지하되, 이 중 330만대(60%)를 친환경차로 채우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현재보다 2배 이상 늘려 18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 창립 이래 첫 외국인 CEO로서 북미 시장 경험을 쌓은 무뇨스 사장은 미국에선 계속 성장 중이고, 성장의 기회가 계속 있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현지생산 80% 확대로 관세 25%→15% 리스크 대응

미국 시장에서는 관세 영향으로 올해 영업이익률 목표를 6~7%로 하향 조정했지만, 2030년까지 현지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80% 이상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겠다는 현지화 전략을 발표했다. 무뇨스 사장은 80%의 현지 생산은 매우 중요하다미국에서 파는 건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지아 메타플랜트의 생산 능력을 현재 30만대에서 2028년 50만대로 확대하고, 미국 시장에만 향후 4년간 37조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한국산 자동차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15%로 낮추는 한미 합의에 대한 기대감도 표시했다. 무뇨스 사장은 관세율이 15%로 내려온다면 기존 가이던스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근접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GM·웨이모·아마존과 전략적 파트너십 확장

현대차는 GM, 웨이모, 아마존 등과의 협력을 확대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GM과는 중남미 및 북미 시장용 5개 차종을 공동 개발하며, 웨이모와는 아이오닉 5에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고, 아마존을 통한 온라인 판매 채널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뉴욕 인베스터 데이는 현대차가 2019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해외에서 개최된 것으로, 글로벌 금융과 문화의 중심지에서 위기 극복 의지를 천명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된다.

전기차 캐즘 속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시장 주도권 탈환

현대차의 이번 발표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공세, 미국의 관세 압박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나온 생존 전략으로 해석된다. 77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투자 규모는 단순한 양적 확장이 아닌 친환경차 60% 달성이라는 질적 전환에 방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 현지생산 80% 확대와 하이브리드 라인업 2배 증설은 전기차 단일 트랙에서 벗어나 소비자 선택권을 다양화하면서도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현실적 접근법이다. 무뇨스 사장의 '위기를 기회로' 메시지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향후 5년간의 투자 집행과 시장 반응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