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윤재순 전 비서관, 탄핵 인용 한달 전 대통령실 PC 초기화 지시 정황 드러나
윤재순 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에 대비한 '플랜 B'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 정황이 포착됐다. 조은석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윤 전 비서관은 올해 2월 하순경 총무비서관실 직원들에게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를 대비해 대통령실 전체 PC를 초기화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4월 4일)보다 한 달 이상 앞선 시점이었다.
특히 윤 전 비서관은 직원들에게 "제철소 용광로에 넣어서 폐기하라"며 물리적 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PC를 훼손하라는 취지의 구체적 지시를 내렸다. 또한 "우리도 인수받은 만큼 정비하라"는 말을 덧붙여, 이전 정부의 '깡통 인수인계'를 명분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비서관은 지시 후 나흘 뒤 중간보고를 받았으며, 탄핵 결정 당일에는 A4용지 수 쪽 분량의 '플랜 B' 계획이 한 장으로 요약돼 다시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기록물 무단 폐기는 명백한 위법행위...불법계엄 증거 은폐 의혹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기 전에 무단으로 폐기·손상·은닉·멸실·반출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대통령기록물 이관을 위한 생산기관 현장조사는 4월 9일에 시작됐는데, '플랜 B' 계획은 이 절차가 본격화하기 전에 추진된 것이다. 더욱이 국가기록원은 올해 1월 15일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생산·접수한 기록물'은 5년간 폐기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결정을 이미 고시한 바 있다.
특검팀은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12·3 불법계엄 관련 중요 증거가 대통령실 PC에 담겨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대통령실이 검찰 등의 수사에 대비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권 교체기의 통상적 인수인계 절차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특검 수사 새 국면 맞을 듯...대통령기록물법 사각지대 문제도 부각
이번 정황 포착으로 특검팀의 12·3 불법계엄 관련 범죄 은폐와 증거인멸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은 윤 전 비서관의 지시가 실제로 얼마나 실행됐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떤 중요 증거가 인멸됐는지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사건은 대통령기록물법의 사각지대도 드러냈다. 현행법은 대통령이 궐위됐을 때의 규정만 있고, 탄핵과 관련해서는 명시적 언급이 없어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2024년 12월 14일)부터 헌재의 파면 결정(2025년 4월 4일)까지 법적 공백이 발생했다. 이 기간 동안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재했던 점도 향후 법 개정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