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과 은행 대출 창구

출처 : SONOW

8월 가계대출 4.2조원으로 전월 대비 90% 급증, 규제 효과 한계 드러나

한국의 가계대출이 8월 한 달간 4.2조원 증가하며 정부의 강화된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7월 2.2조원 증가와 비교해 90% 가까이 급증한 수치로, 3월 이후 가장 작은 증가폭을 기록했던 7월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수도권 주택 구매 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는 등 강력한 규제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8월 들어 대출 증가폭이 다시 확대되면서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8월 가계대출 증가는 주로 무담보 대출과 기타 가계대출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 수요가 다른 대출 상품으로 이동하는 전형적인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LTV 비율 50%에서 40%로 추가 강화 검토, 시장 충격 우려도

정부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 대한 추가 규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강화 방안이 핵심 논의 대상이다. 현재 서울 투기과열지구의 LTV 비율은 50%로 설정되어 있으나, 시장 관계자들은 이를 40%까지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LTV 비율은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핵심 규제 수단으로, 담보 가치 대비 최대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비율이 낮아질수록 같은 주택을 구매하더라도 더 많은 자기자본이 필요해져 주택 구매력이 제한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국정감사 서면 답변에서 "6월 27일 시행된 조치들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인한 가계부채 상승을 단기적으로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 많다"면서도 "대출 규제만으로는 정책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전세 대출 강화와 은행 순이자마진 확대로 이중 부담 가중

정부는 전세 대출에 대한 강화된 규제 적용도 검토하고 있어 임차인들의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는 월세 대신 목돈을 보증금으로 맡기는 한국 고유의 임대차 제도로, 전세 대출 규제 강화는 주거비 부담 증가로 직결될 수 있다.

더욱이 국내 5대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하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이 받는 이자와 지급하는 이자의 차이로, 가계부채 억제를 위한 정부 정책으로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를 자제하는 한편 예금금리는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격차가 확대됐다.

전월 대비 KB국민은행의 순이자마진이 0.1%포인트, 농협은행이 0.07%포인트, 하나은행이 0.04%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공시를 의무화한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대출자와 예금자 간의 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동산 시장 모니터링 강화와 단계적 대응 전략 필요

이억원 후보자는 "부동산 시장과 가계대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현재 준비 중인 조치들을 필요시 즉각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추가 규제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신중한 접근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대출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경우 가계부채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무담보 대출의 급증은 차주의 상환 능력과 직결되는 문제로, 향후 금리 상승이나 경기 둔화 시 가계의 채무 부담이 크게 늘어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