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K라면 수출 급제동…업계 비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이 K라면 산업에 직격탄을 날리며 지난달 대미 수출액이 전월 대비 17.8% 급감하는 충격을 가져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에 따르면, 7월 K라면의 대미 수출액은 4억 2천만 달러로 6월 5억 1천만 달러 대비 대폭 줄어들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라면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직후 나타난 현상으로,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K라면의 글로벌 확산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특히 미국은 K라면의 최대 수출국으로, 전체 수출액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업계에 미치는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부과 배경에는 미국 내 라면 제조업체들의 경쟁력 보호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농업과 식품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한국산 라면뿐만 아니라 일본, 태국산 라면에도 유사한 관세를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농심, 현지 생산 확대로 관세 우회 전략 본격화
관세 충격에 대응해 국내 라면 업계는 각기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업계 1위인 농심은 기존 캘리포니아 공장의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농심은 향후 2년간 현지 공장에 추가로 500억원을 투자해 생산 능력을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관세 부과로 수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만큼, 현지 생산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며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심의 미국 현지 공장은 연간 1억개 이상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으며, 확장 공사가 완료되면 3억개까지 생산이 가능해진다. 이는 현재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의 약 80%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다. 농심은 또한 멕시코와 캐나다에도 생산 기지를 구축하여 북미 시장 전체를 커버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양식품은 수출 시점 조정, 오뚜기는 버티기 전략 선택
불닭볶음면으로 글로벌 열풍을 일으킨 삼양식품은 수출 시점 조정 전략을 택했다. 관세 부과 초기에는 수출량을 대폭 줄이고, 대신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 확대에 집중하기로 했다. 삼양식품은 "미국 시장의 관세 정책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성급한 현지 투자보다는 다변화 전략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특히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K라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를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을 먼저 공략한 후, 미국 관세 정책 변화를 지켜보며 재진입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뚜기는 가장 보수적인 전략을 선택했다.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기존 수출 방식을 유지하며 관세 부담을 감수하기로 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진라면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아직 크지 않은 상황에서 큰 투자를 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본 후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K라면 업계,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체질 개선 계기 마련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부과가 K라면 업계에는 단기적으로는 충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운송비 절감과 신선도 향상, 현지 취향에 맞는 제품 개발 등의 부수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는 평가다.
식품산업 전문가는 "관세라는 외부 압력이 오히려 우리 라면 업계의 글로벌 전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현지 생산을 통해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동시에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 개발도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농심의 미국 현지 공장에서는 한국산 제품과는 다른 현지 맞춤형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들 제품이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향후 K라면 업계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전환시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