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관련 공사 현장을 보여주는 이미지

출처 : SONOW

800억 영빈관 프로젝트와 은밀한 거래의 전모

현대건설과 윤석열 정부 간의 의혹스러운 거래 구조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복수의 관저 공사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경호처로부터 800억원 규모의 영빈관 신축 공사 수주를 약속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용산 대통령실 앞 미군 반환 부지에 지상 3-4층, 지하 3-4층 규모로 계획된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주목할 점은 현대건설이 2022년 7월경 건물 조감도를 작성해 경호처에 전달하고 기초 설계작업까지 완료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예비 검토가 아닌 구체적인 사업 추진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건설업계에서 조감도 작성과 기초 설계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작업으로, 수주 확신 없이는 진행하지 않는 단계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2024년 4월 총선 이후 '여소야대' 정국이 재연되면서 중단됐다. 거액의 영빈관 공사에 예비비를 사용하는 것을 국회에서 승인받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는 정치적 환경 변화가 대규모 국책사업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는 이러한 "약속된 수주"의 대가로 현대건설이 어떤 편의를 제공했느냐는 점이다. 특히 대통령 관저 스크린골프장 공사비 약 2억원의 출처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현대건설이 이를 대신 부담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의혹의 핵심 인물들과 연결고리 분석

이번 사건의 핵심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당시 경호처장)과 김종철 전 경호처 차장이 있다. 두 인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관저 공사와 영빈관 신축 계획을 주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김종철 전 차장은 육사 동기인 현대건설 자문역과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해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개인적 인맥을 통한 정경유착의 전형적 패턴을 보여준다. 군 출신 인사들 간의 네트워크가 정부 정책 결정과 기업 수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건설의 공사비 지급 방식도 의혹을 키운다. 관저 스크린골프장과 경호초소 등을 다른 업체에 하도급 주면서 "현대건설의 다른 건설 현장 일감을 주는 방식으로 공사 비용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직접적인 금전 거래를 피하면서 실질적 대가를 제공하는 우회적 방법으로 해석된다.

현대건설 측의 해명도 일관성을 잃고 있다. 처음에는 "공식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루트에서는 영빈관 신축 공사 수주 약속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가, 이후 "건물 조감도를 경호처 요청에 의해 제출한 사실은 맞지만, 설계 착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을 번복했다. 이러한 진술 변화는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21그램과 김건희 여사 연결고리

이번 사건에서 또 다른 주목할 점은 김건희 여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관저 공사를 맡았던 21그램의 존재다. 특검팀이 지난 13일 21그램 등 관련 업체를 광범위하게 압수수색한 것은 이 업체가 사건의 핵심 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21그램은 김건희 여사와의 개인적 관계를 바탕으로 관저 공사에 개입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대통령 가족의 개인적 인맥이 국가 공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관저라는 사적 공간의 공사에 대통령 배우자의 개인적 선호나 인맥이 개입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부각시킨다.

법적 쟁점과 뇌물공여 성립 요건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법적 쟁점은 뇌물공여죄 성립 여부다. 현대건설이 관저 공사비를 대신 부담하고 그 대가로 영빈관 신축 계약을 약속받았다면, 이는 뇌물공여에 해당할 수 있다.

뇌물공여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②대가성이 인정되는 ③이익을 제공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는 경호처장과 차장이라는 공무원의 직무(국가시설 관리·운영)와 관련하여, 관저 공사비 부담이라는 이익 제공과 영빈관 수주라는 대가 관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묵시적 대가관계"도 법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 명시적인 거래 약속이 없더라도 일련의 상황으로 볼 때 대가관계가 추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현대건설의 관저 공사비 부담과 영빈관 수주 약속 사이의 시기적 근접성, 관련 인물들의 개인적 관계 등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제3자 뇌물" 개념도 적용될 수 있다. 직접적인 금전 수수가 아니더라도 관저 공사라는 제3자(대통령 가족)에 대한 이익 제공이 뇌물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리다. 대법원은 공무원 본인이 아닌 가족이나 관련자에 대한 이익 제공도 뇌물로 인정하는 판례를 축적해왔다.

특검 수사의 향방과 정치적 파장 전망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는 현재 강제수사 단계에 진입했다. 김종철 전 경호처 차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와 21그램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수사의 본격화를 의미한다. 특검팀은 관저 공사와 영빈관 계약 사이의 대가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구체적 증거 수집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의 핵심은 자금 흐름 추적이 될 것이다. 2억원에 가까운 스크린골프장 공사비의 실제 출처와 현대건설의 역할, 그리고 이와 연동된 영빈관 수주 약속의 구체적 내용을 밝혀내는 것이 관건이다. 또한 김용현, 김종철 등 핵심 인물들의 통신 기록과 금융 거래 내역도 중요한 수사 대상이 될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정경유착 의혹이 본격 쟁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이번 사건을 정권의 부패와 특혜 의혹을 부각시키는 재료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통령 관저라는 사적 공간의 공사를 둘러싼 의혹은 정권의 도덕성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한편 현대건설 등 관련 기업들에 대한 기업 이미지 타격과 수주 영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경유착 의혹에 연루된 기업은 향후 공공사업 참여에 제약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정경유착 문제를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개인적 인맥을 통한 특혜 시비, 대통령 가족의 사적 이익과 국정 운영의 경계 모호성 등은 향후 제도 개선 과제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한국 정치사에 또 하나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