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중앙당사에서 특검 압수수색 규탄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출처 : SONOW

전당대회 당일 돌발 상황, 특검의 정치적 의도 논란

8월 14일 국민의힘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날,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된 특별검사팀이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행하려 했다. 특검팀은 건진법사 청탁 의혹과 관련해 당원명부 등을 압수수색하려 했으나, 당사에 모인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12시간 넘는 저항으로 결국 철수했다.

이번 압수수색 시도는 전당대회라는 '당의 축제' 기간 중에 이뤄져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광복절 특사 논란이 불거진 시점과 맞물리면서, 여론 환기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초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예정됐던 합동연설회를 급히 중앙당사로 옮겨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전당대회를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는 당권주자들에게는 자신의 대여투쟁 의지를 보여줄 기회이자 시험대가 됐다. 각 후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특검에 대한 강력한 반발 의지를 표출했다.

강성파 김문수·장동혁, 몸으로 맞선 저항

김문수 후보는 가장 격렬한 방식으로 항의했다. 그는 14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무도한 이재명 특검이 국민의힘 심장부를 습격했다"며 "이재명 정권의 정당 말살과 반인권적 행위를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중앙당사 1층에 돗자리를 깔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김 후보의 농성에는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김재원, 손범규 후보와 손수조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함께했다. 김 후보는 당원명부 압수수색영장이 집행되지 않을 때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의 평소 강성 보수 이미지와 부합하는 행보로, 당내 강경파들의 지지를 결집시키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판사 출신인 장동혁 후보는 사법부를 겨냥한 차별화된 비판을 선택했다. 그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서며 "정치특검이 국민의힘의 심장인 당사에 와서 국민의힘의 생명인 당원명부를 압수수색하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자 정치특검의 광기"라고 비판했다.

특히 장 후보는 "정치특검도 문제지만 범죄와 관련성이 없는 야당의 당원명부를 압수수색하도록 영장을 발부한 법원도 심각한 문제"라며 법원의 영장 남발을 지적했다. 이는 판사 출신이라는 자신의 경력을 활용해 사법부 내부 시각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문성을 어필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혁신파도 비판 가세, 다만 윤석열 선 긋기는 여전

혁신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경태, 안철수 후보들도 특검 비판에 동참했지만, 접근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조경태 후보는 YTN 라디오에서 "전당대회에 재를 뿌리는 모습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면서도 "광복절 특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니까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성도 충분히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정치적 의도론을 제기했다.

안철수 후보 역시 "전당대회 중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갑자기 압수수색이 들어온 건 명백하게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많은 문제의 시작이 결국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이유와 관련 있다"며 "이제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특검 사태를 비판하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라는 자신의 정치적 포지셔닝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혁신파 후보들은 강경 대응보다는 정치적 해석과 미래 지향적 메시지에 무게를 뒀다.

전당대회 앞둔 결속과 향후 정치적 파장

이번 사태는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에게 결속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당권주자들은 성향과 관계없이 모두 특검을 비판했고, 긴급의원총회를 통해 추가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치권에서는 강경한 대여 투쟁 의지와 함께 당내 통합에 방점을 뒀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향후 정치 지형에 미칠 영향은 복합적이다. 야당으로서는 정부와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명분을 얻었지만, 동시에 과거사 청산과 관련된 수사가 지속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특히 당원명부라는 민감한 정보에 대한 수사기관의 접근 시도는 정당 활동의 자유와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을 지속시킬 전망이다.

전당대회까지 남은 열흘간 이번 사태가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지, 그리고 새로운 당 지도부가 이를 어떻게 정치적 동력으로 전환할지가 주목된다. 야당 탄압론과 과거사 청산론이 맞서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향후 정치적 행보가 한국 정치의 새로운 변곡점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