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항 컨테이너 야적장 전경, 관세정책 영향 상징

출처 : SONOW

예상 뛰어넘은 7월 물가 급등, 관세 충격 가시화

미국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대비 0.9%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0.2%)를 4배 이상 웃도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미 노동부가 14일 발표한 이번 지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본격적으로 미국 경제에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로 해석된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3.3%로 지난 2월(3.4%)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지수 역시 전월대비 0.6% 상승해 전망치(0.3%)를 크게 초과했으며, 전년대비로는 2.8%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도매물가로도 불리며, 일정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되는 특성상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간주된다. 이번 급등은 그동안 관세 부담을 내부적으로 흡수해온 기업들이 가격 전가를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예상되었다고 분석한다. 관세 정책 시행 초기에는 기업들이 경쟁력 유지를 위해 비용 상승을 감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가피하게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비스업 마진 상승이 물가 급등 주도

이번 생산자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서비스 부문이었다. 최종 수요 서비스 가격이 전월대비 1.1% 상승해 2022년 3월(1.3%)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생산자물가 상승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도매업자와 소매업자의 마진 변화를 측정하는 거래(Trade) 서비스 가격지수가 전월대비 2.0% 급등한 점이다. 세부적으로는 기계 및 장비 도매업 가격지수가 3.8% 치솟으며 서비스 가격 상승분의 30%에 기여했다.

이러한 현상은 관세로 인한 수입 비용 증가가 유통업체들의 마진 조정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기계·장비 분야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업종으로, 이번 지표는 관세정책의 파급효과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품 부문에서도 7월 최종 수요 상품 가격이 전월대비 0.7% 상승해 지난 1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식품 가격이 1.4% 오르며 전체 상품 가격 상승에 40%나 기여한 것이 특징이다.

식품가격 급등과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

식품 부문에서는 신선 채소 및 건조 채소 가격이 38.9% 급등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식품 가격 상승의 주된 배경이 되었으며,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소류 가격 급등은 기후 요인과 더불어 농산물 유통 과정에서의 비용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운송비와 포장재 가격 상승이 농산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12일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2.7%로 6월과 동일해 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일시적으로 달랬지만, 생산자물가의 급등은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예고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생산자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1-3개월의 시차가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8월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 정책 딜레마 심화, 9월 금리 인하 전망 불투명

이번 생산자물가 급등으로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딜레마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노동시장 약화에 대응해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었으나, 물가 상승 압력이 가시화되면서 연준의 정책 결정이 복잡해졌다.

월가 분석가들은 관세의 물가 상승 영향이 일회성에 그칠지, 장기간 지속될지에 대해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초기 조정 과정으로 보는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관세정책이 지속되는 한 구조적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연준으로서는 고용 안정과 물가 안정이라는 이중 목표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시장 참가자들은 여전히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향후 물가 지표에 따라 연준의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