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아동을 안고 있는 김건희씨 모습

출처 : SONOW

캄보디아 ODA 예산 400억, 아프리카 차관으로 '조용한 이동'

기획재정부가 2025년도 예산으로 편성한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648억5000만 원 중 400억 원을 지난 5월 초 아프리카 개발사업 차관으로 전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로 인해 국회가 7월 2차 추경 심사 당시 남은 예산은 250억 원에 불과했고, 결국 해당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기재부는 “아프리카 개발사업 입찰이 조기 진행되면서 차관 제공을 위한 자금이 시급히 필요했고, 캄보디아 사업은 집행이 더뎌 일부를 전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김건희씨와 통일교 관련 ODA 청탁 의혹이 불거진 직후라는 점에서 단순 예산 운용의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간협력 전대차관’ 구조…불투명성과 논란의 진앙지

윤석열 정부는 캄보디아 ODA 사업에 ‘민간협력 전대차관’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현지 금융기관에 차관을 제공하고, 해당 기관이 지역 민간 기업에 자금을 대출하는 구조다. 그러나 구체적 사업 내용과 수혜 기업이 공개되지 않아 투명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특히 2022년 김건희씨가 캄보디아 프놈펜을 방문해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아동과 만나는 장면은 이 사업의 대외적 이미지 제고에 활용되었지만, 실질적 성과나 사업 검증은 미진한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해당 구조가 자칫 ‘눈먼 돈’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그런 가운데 통일교와 관련된 인사인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ODA 청탁 루트로 거론되며, 특정 종교단체가 예산 편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에 따라 예산 집행 전부터 사업의 정당성과 기획의 타당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치적 고려 작용?…정권 말기 ‘이동’ 시점 주목

기재부의 예산 전용 시점은 4월 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직후로, 정권 말기 국정 운영의 부담이 반영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권 교체 이후 예산 집행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려는 조치였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특히 정부가 예산을 상반기 중 조기 전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연구팀장은 “보통 상반기에 예산 전용은 드물다”며 “애초부터 캄보디아 사업이 실효성 없는 기획이었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용 사유가 불가피했다면 구체적으로 공개해 국민의 납득을 받아야 한다”며, 기재부가 정책 실책을 정치 이슈로 덮으려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산 편성의 책임성, 재점검 필요

캄보디아 ODA 예산의 조기 전용은 개발협력 정책의 기획·운용 단계에서부터 투명성과 책임성 부족을 드러낸 사례로 지적된다. 특정 이해관계가 개입된 정책일수록,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예산은 단순한 숫자가 아닌, 국가 신뢰와 직결된 공적 자산이다. 이번 사례는 향후 ODA 정책 전반에 대한 감사와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