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김건희 특검 사무실로 출석하는 모습

출처 : SONOW

김건희 특검, HS효성 35억 투자 의혹 본격 수사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4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을 소환 조사하며 '집사 게이트' 의혹 수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번 소환조사의 핵심은 HS효성이 계열사 4곳을 통해 IMS모빌리티에 총 35억원을 투자한 배경과 대가성 투자 여부를 밝히는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HS효성이 원금 손실 위험이 큰 '후순위 조합원' 자격으로 투자에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후순위 조합원은 회사 청산 시 선순위 조합원보다 늦게 잔여재산을 받는 구조로, 투자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기피하는 투자 방식이다.

조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로 출석했으나, 취재진의 질문에 일체 답변하지 않았다. 애초 특검은 지난 1일 조 부회장을 소환할 예정이었으나, 같은 날 HS효성 본사와 조 부회장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소환이 사흘 연기됐다.

IMS모빌리티 투자 기업들 중 특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HS효성이 처음으로, 이는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HS효성의 투자 경위와 의사결정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순위 투자의 이례적 특성과 위험성 분석

HS효성의 IMS모빌리티 투자가 특히 의혹을 받는 이유는 투자 구조의 이례적 특성 때문이다. 2023년 6월 작성된 해당 사모펀드 조합 규약에 따르면, 후순위 조합원은 청산 시 가장 마지막에 잔여재산을 분배받는다. 선순위 조합원과 사모펀드 운용사에 재산을 분배한 후 남은 돈이 없다면, 투자 원금조차 회수할 수 없는 구조다.

실제 투자 현황을 보면 이러한 위험성이 더욱 부각된다. 주요 대기업들은 모두 선순위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한국증권금융 50억원, 신한은행 30억원, 카카오모빌리티 30억원, 키움증권 1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후순위 조합원으로는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 15억원, 유니크 10억원, 경남스틸 10억원 등 상대적으로 소액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이런 구조에서 HS효성이 35억원이라는 거액을 후순위 조합원으로 투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35억원은 선순위와 후순위를 통틀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으로, 일반적인 기업 투자 관행에서 벗어난 의사결정으로 평가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후순위 조합원으로 이 정도 규모의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특별한 이유나 기대효과가 없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투자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HS효성의 투자가 단순한 수익 추구가 아닌 다른 목적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후순위 조합원의 위험도를 '제1순위 손실 부담자'로 분류한다. 펀드 운용이 실패할 경우 가장 먼저, 가장 많은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위치다. 일반적으로 펀드 운용사나 창업자, 또는 해당 사업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주체들이 후순위 조합원 역할을 맡는다.

대가성 투자 의혹과 '보증인' 역할론

특검과 수사기관이 주목하는 것은 HS효성의 후순위 투자가 다른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안전장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다. 대기업인 HS효성이 위험성이 높은 후순위 조합원으로 35억원을 투자했다는 것은 다른 투자자들에게 'IMS모빌리티가 안전한 투자처'라는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HS효성 계열사 4곳이 모두 후순위 조합원으로 참여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는 마치 약속이나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패턴으로,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외부 압력이나 특별한 고려사항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HS효성의 후순위 투자는 다른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보증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먼저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하니 다른 투자자들도 안심하고 들어올 수 있었을 것"

특검은 HS효성의 투자 시점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투자가 이뤄진 시기가 조현상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제기되던 때와 겹치면서, 투자를 통해 정치적 보호를 받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돈 거래를 통한 정치적 거래' 의혹으로, 특검 수사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이 대기업과 정치권력 간의 유착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건희씨와 관련된 일련의 의혹들이 대기업의 특혜 제공과 연결되면서, 권력형 비리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 부회장이 이날 특검 출석 과정에서 보인 '묵묵부답' 태도도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IMS모빌리티 투자 경위, 김건희씨와의 연관성, 베트남 귀국 지연 이유 등 핵심 질문들에 대해 일체 답변을 회피한 것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수사 전망과 향후 파급효과

김건희 특검의 HS효성 수사는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조 부회장 소환조사 결과를 종합해 투자의 대가성 여부를 입증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투자 결정 과정에서 김건희씨나 윤석열 대통령 측과의 접촉이 있었는지, 투자 대가로 어떤 혜택을 기대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후순위 투자의 특성상 경제적 합리성을 찾기 어려워 대가성 입증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인 기업 투자 관행에서 벗어난 의사결정이므로, 특별한 동기나 기대효과가 있었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특검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중점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투자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검증이다. HS효성 이사회 회의록, 내부 검토 자료, 투자 심의 과정 등을 통해 35억원 후순위 투자가 정상적인 기업 의사결정 절차를 거쳤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둘째, 김건희씨 측과의 접촉 경위 파악이다. 투자 전후 시점에서 김건희씨나 관련 인사들과의 만남, 연락, 선물 수수 등이 있었는지를 면밀히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투자 대가로 기대한 혜택의 구체적 내용이다. HS효성이 정부 정책, 규제 완화, 사업 승인 등과 관련해 어떤 기대를 했는지, 실제로 혜택을 받았는지를 분석할 예정이다.

이번 수사는 대기업의 정치권 로비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인 정치자금 제공이나 직접적인 후원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모펀드 투자라는 우회적 방식이 새로운 로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모펀드를 통한 정치적 거래를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투명성 강화와 감시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HS효성을 비롯한 관련 기업들의 주가와 기업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정치적 의혹에 휘말린 기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고, ESG 경영과 기업 윤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장기적인 기업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대기업의 사모펀드 투자 관행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이미 사모펀드 규제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번 사건이 규제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