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현장

출처 : SONOW

역대 최초 과학자문회의 전면 공개, 파격 행보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주재하며 역대 최초로 유튜브 실시간 중계를 통해 회의 전 과정을 공개했다. 사전 공지 없이 진행된 이번 생중계는 심의위원들도 현장에서야 알게 될 정도로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2시간가량 진행된 회의에서는 과학기술 정책의 큰 방향과 함께 2026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이 심의·의결됐다. 대통령과 부의장, 주요 부처 장관, 심의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그간 비공개로 진행돼 온 과기자문회의가 전면 공개되면서 과학기술 정책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은 "이번 자문회의는 이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덕담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연구 과제와 사업에 대해 실무적인 질의가 이어졌고 대통령께서도 과학기술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실시간 중계에 참여한 시민들도 "정부 정책 회의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뜻깊다", "열정적인 토론이 인상 깊었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R&D 예산 35.3조원 역대 최대, 19.3% 증가

이번 회의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2026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규모다. 총 35조 3000억원으로 책정된 이번 예산은 당초안보다 19.3%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이 대통령은 "기존 대비 약 20% 증가한 규모로, 그간의 굴곡을 딛고 정상적인 증가 추세로 복귀한 것"이라며 "대한민국 발전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자문위원들은 사회적·경제적 파급력이 큰 도전적 과제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경계현 삼성전자 고문은 "과거 디지털 교환기 개발이나 TSMC 사례처럼 국가 주도로 추진한 대형 프로젝트가 성과를 낸 경험을 참고해야 한다"며 "R&D 투자는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 도전적 과제 중심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출연연의 오랜 문제로 지적된 PBS(기관고유사업) 제도의 단계적 폐지 방안이 거론됐다. 정부는 연구자들이 인건비 부담 없이 장기·대형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PBS를 폐지하고 해당 예산을 출연금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장준연 KIST 부원장은 "PBS 폐지는 환영할 일"이라며 "후속대책이 정교하게 디자인돼야 출연연이 진짜 국가 R&D를 이끌어가고 젊은 세대들이 과학기술계에 유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자 인센티브 혁신, '과학자가 존경받는 사회' 구현

정부는 연구자 인센티브 제도 신설도 적극 검토 중이다. 프로젝트 목표를 달성한 연구자에게 남은 예산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거나, 출연연에 '최우수 연구자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김지현 연세대 교수는 중국의 '원사(院士)' 제도를 언급하며 "500여명의 국가공인 과학자를 지정하고 연봉 +1억원의 인센티브를 준다면 연예인보다 과학자를 꿈꾸는 어린이가 많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예산 규모도 크지 않은 좋은 제안이다. 검토해볼만하겠다"고 즉석에서 답했다. 또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연구는 기업이 해야 할 일이고, 정부는 어렵고 실패 가능성이 높더라도 장기적으로 필요한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며 정부 R&D의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권오남 서울대 교수는 "2028년까지 기초연구 과제를 약 3만 개 수준으로 늘리고, 기반·중견·선도·거대 과제로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 체계를 재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욱 KAIST 교수는 "순수과학 분야 연구자들이 연구비 걱정 없이 오랫동안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진정한 인센티브"라며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꾸준한 연구 환경 마련을 요청했다.

과학기술 국정 핵심 의제화, 지속가능성이 관건

이번 공개 회의는 과학기술을 국정 핵심 의제로 삼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과거 정부들이 임기 초반에는 과기자문회의에 적극 참여하다가 점차 소홀히 하는 패턴을 보인 것과 달리, 이번 생중계는 과학기술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시사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초 한두 차례,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단 한 차례도 회의를 끝까지 주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준연 KIST 부원장은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이 함께 R&D를 논의하는 자리에 앉으니 자문위원으로서 책임감을 절실히 느꼈다"며 "눈을 감았다 뜨면 경쟁자들이 앞서가는 시대다. R&D 생태계 복원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를 마치며 "과학기술계가 새로운 일들을 개척해야 한다. 과거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과학기술을 국정 핵심 의제로 삼겠다"며 "과학기술 발전이 곧 국가 성장의 발판이라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증명돼 왔다. 정부는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투자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공개 회의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과학기술 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