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에서 심장질환 아동을 안고 있는 모습

출처 : SONOW

캄보디아 ODA 예산의 급작스러운 용도 변경

기획재정부가 올해 5월 초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648억5천만 원 중 400억 원을 아프리카 개발사업 차관으로 전용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전체 캄보디아 ODA 예산의 60%에 해당하는 대규모 예산 변경으로, 그 시점과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국회가 7월 4일 2차 추경안을 의결하며 캄보디아 ODA 예산을 전액 삭감하려 했을 당시, 해당 예산이 250억 원밖에 남아 있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 예산 전용 때문이었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일환인 개발사업 차관은 우리 정부가 개발도상국의 댐, 도로, 상하수도 설비 등 인프라 개발을 위해 장기·저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윤석열 정부가 캄보디아 ODA 예산을 '민간협력 전대차관' 방식으로 편성한 것 자체도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민간협력 전대차관은 우리 정부가 현지에 설립된 금융기관에 차관을 제공하면, 해당 금융기관이 직접 현지의 민간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어떤 사업에 얼마를 지원할지 미리 정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현지에서 진행되는 개발사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되어 왔다.

기재부는 이번 예산 전용에 대해 '지난해 예산을 편성했을 때는 들어가 있지 않았던 아프리카 개발사업이 올해 초 급하게 입찰됐다'며 '사업 진행 절차가 더디게 되어 캄보디아 예산을 전부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일부를 전용했다'고 설명했다.

통일교 청탁 의혹과 맞물린 공교로운 타이밍

문제는 이 예산 전용이 이뤄진 시점이 매우 '공교롭다'는 점이다. 올해 4월 4일 12·3 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고, 그 무렵 캄보디아 ODA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본격 제기된 시기와 정확히 맞물리기 때문이다.

해당 의혹의 핵심은 통일교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윤석열 부부에게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을 청탁했다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는 2022년 11월 동남아시아 순방 기간 중 캄보디아 프놈펜을 방문해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을 안는 등의 활동을 펼쳤으며, 이후 캄보디아에 대한 대규모 ODA 예산이 편성됐다.

정치권에서는 기재부가 정권 교체를 앞두고 새 정부에 트집 잡히지 않으려 캄보디아 ODA 예산을 아프리카 사업 쪽으로 돌린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민간협력 전대차관의 특성상 자금의 최종 사용처를 추적하기 어려워 '눈먼 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투명성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연구팀장은 '2025년에 사용할 용도로 편성된 예산이 상반기가 지나기도 전에 집행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해당 예산을 전용한 것은 사업의 필요성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라며 '정말 문제가 없고 정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업이었다면 상반기 중 예산을 이·전용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예산 관리의 투명성과 책임성 문제 대두

이번 사건은 단순한 예산 전용을 넘어 정부 예산 관리의 투명성과 책임성 문제를 제기한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중 대규모 예산 이·전용이 이뤄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지적한다. 통상 정부 예산은 연초에 수립한 계획에 따라 집행되며,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전용이 허용된다.

김용원 연구팀장은 '정부의 계획이 부실했던 것이라면 부처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고, 예산 전용의 피치 못할 사정이 발생한 거라면 그 사정이 무엇인지 공개하고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캄보디아 ODA 예산이 애초에 648억 원이라는 대규모로 편성된 것 자체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만약 사업의 필요성이나 시급성이 그리 크지 않았다면, 왜 이처럼 큰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는지, 그리고 편성 과정에서 외부의 부당한 영향이 있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프리카 개발사업으로 전용된 400억 원의 구체적인 사용처와 투명성 확보 방안도 중요한 쟁점이다. 정부는 해당 예산이 적절한 절차를 통해 집행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민간협력 전대차관의 특성상 최종 수혜자나 사업 내용을 국내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향후 과제와 제도 개선 방향

이번 사건을 계기로 ODA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의 투명성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특히 민간협력 전대차관과 같은 간접 지원 방식의 경우 더욱 엄격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와 같이 현지 금융기관에 일괄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자금의 최종 사용처를 추적하기 어려워 부정사용이나 비효율적 집행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회 차원에서도 ODA 예산에 대한 사전 심의와 사후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는 ODA 예산의 총액은 심의하지만 개별 국가별, 사업별 세부 내역에 대한 심의는 제한적이다. 이번 캄보디아 사례와 같은 문제를 예방하려면 보다 세밀한 국정감시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ODA 사업 선정 과정에서의 투명성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어떤 기준으로 지원 대상국을 선정하고, 지원 규모를 결정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며, 외부의 부당한 영향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