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국가 핵심 인프라 보호를 위한 실전형 훈련 실시
부산항만공사(BPA)가 8월 21일 부산항 8부두에서 실시한 '부산항 통합피해복구 실제훈련'은 단순한 형식적 훈련을 넘어 실질적인 전시 대응능력 검증의 장이었다. 2025년 을지연습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이번 훈련은 적 미사일 공격이라는 극한 상황을 가정하여 국가 경제의 핵심 동맥인 부산항의 복원력을 시험했다.
훈련 시나리오는 현실적이면서도 구체적이었다. 적의 미사일 공격으로 항만 시설이 파괴되고 화재가 발생하며 부상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초동 대응부터 본격적인 복구 작업까지 전 과정이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특히 화학 불발탄 처리와 같은 고난도 상황까지 포함하여 훈련의 현실성을 극대화했다.
이번 훈련에는 부산항만공사를 비롯해 육군 제2작전사령부, 부산시, 경찰, 소방서 등 17개 유관기관에서 총 200여 명의 인력이 참여했다. 굴삭기, 크레인, 선박, 헬기 등 50여 대의 전문 장비가 동원되어 실제 전시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서 훈련이 진행됐다.
단계별 대응체계와 기관 간 협력 시스템 검증
훈련의 핵심은 단계적 대응체계의 효율성과 기관 간 협력 시스템의 원활성을 점검하는 것이었다. 1단계인 초동조치 단계에서는 화재 진압과 부상자 긴급 후송이 동시에 이뤄졌다. 소방서의 화재 진압팀과 의료진의 응급처치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피해 확산 방지와 인명 구조에 집중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화학 불발탄 처리 과정이었다. 이는 군 폭발물 처리반(EOD)의 전문 기술이 요구되는 고위험 작업으로, 민간 기관과 군 당국 간의 정확한 역할 분담과 신속한 의사소통이 생명을 좌우하는 상황이다. 이번 훈련에서는 육군 제2작전사령부 소속 전문가들이 실제 불발탄 처리 절차를 시연하며 위험 상황에서의 대응 매뉴얼을 점검했다.
2단계 복구 작업에서는 항만 운영의 핵심 인프라인 선석, 철도, 도로, 전력 시설의 복구 작업이 본격화됐다. 부산항만공사의 시설 관리팀과 한국전력공사, 코레일 등 유관 기관이 협력하여 각 시설별 복구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효율적인 작업 계획을 수립했다. 동시에 유류 유출 방재 작업도 병행되어 환경 피해 최소화 방안도 함께 검증됐다.
이러한 다단계 훈련을 통해 각 기관의 고유 역할과 상호 협력 지점이 명확히 구분되었고, 실제 상황 발생 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대응 매뉴얼이 완성됐다. 특히 지휘체계의 일원화와 정보 공유 시스템의 효율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평가됐다.
국가 경제 안보와 항만 복원력 강화의 전략적 의미
부산항은 우리나라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75% 이상을 처리하는 동북아 물류 허브로, 그 전략적 가치는 단순한 경제적 측면을 넘어선다. 연간 2,100만 TEU 규모의 컨테이너와 3억 톤의 화물을 처리하는 부산항이 마비될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천문학적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분석에 따르면 부산항 운영 중단 시 하루 평균 1,2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훈련이 갖는 전략적 의미는 여기에 있다. 국가 안보 관점에서 항만 인프라는 단순한 물류 시설이 아닌 국가 경제 안보의 핵심 요소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가하는 현 상황에서 핵심 인프라의 복원력(resilience) 강화는 국가 생존 전략의 필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송상근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부산항은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을 지탱하는 핵심 물류 거점'이라며 '이번 훈련을 통해 유사시 민·관·군·경·소방 등 유관기관 간 유기적인 공조체계를 확립하고 항만의 복원 능력을 한 차원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적으로도 항만 보안과 복원력 강화는 주요 이슈다. 미국의 경우 9·11 테러 이후 항만 보안법(MTSA)을 제정하여 항만 시설 보안 계획을 의무화했고, 유럽연합은 항만 시설 보안 지침(Directive 2005/65/EC)을 통해 회원국의 항만 보안 체계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지속적인 훈련 체계화와 대응능력 고도화 과제
이번 훈련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우선 훈련의 정례화와 시나리오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현재 을지연습 기간에 맞춰 연 1회 실시되는 대규모 훈련 외에도 분기별 소규모 훈련과 기관별 전문 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사이버 공격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도 훈련 시나리오에 포함되어야 한다. 최근 해외에서 발생한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항만 마비 사례를 보면, 물리적 공격뿐만 아니라 정보시스템 마비에 대한 대비책도 시급하다.
민간 부문의 참여 확대도 중요한 과제다. 항만 운영에는 선사, 물류업체, 창고업체 등 다양한 민간 기업이 관여하는데, 이들의 비상 대응 체계와 공공 부문의 위기 관리 체계 간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관 합동 훈련 프로그램 개발과 정보 공유 체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