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는 모습

출처 : SONOW

경제형벌 합리화 TF 출범, 배임죄 개선 논의 본격화

정부가 22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경제형벌 합리화 방침을 명확히 했다. 이달 1일 출범한 부처 합동 '경제형벌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사업주의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사안에 대한 형사처벌 완화와 배임죄 개선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기업의 창의적 도전을 가로막는 과도한 경제형벌을 합리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선도 과제를 발굴해 연내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연말까지 추가 과제를 발굴할 계획이다.

특히 배임죄의 경우 현행법상 모호한 구성요건으로 인해 기업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위축 효과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업계에서는 경영 판단의 합리성을 인정하는 범위 확대와 구성요건 명확화를 요구해왔으며, 이번 TF에서 이러한 내용이 본격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정부는 인공지능(AI) 대전환·초혁신경제 선도 프로젝트 관련 규제 개선도 병행한다. 규제 샌드박스에서 승인받은 사업에 대해 임시허가 만료 전 관련 법령 정비를 의무적으로 마치게 하는 등 혁신 기업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재해 처벌 강화와 ESG 평가 확대로 기업 책임 강조

경제형벌 완화 정책과 동시에 정부는 산업재해 근절을 위한 처벌 강화 방안도 제시했다. 다수 또는 반복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의 형사처벌 외에 행정적 제재를 추가하는 것으로, 기업의 안전관리 의무를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재해를 낸 기업에 대해서는 영업정지를 요청하고,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주도록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에 관련 정보를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는 자본시장을 통한 간접적 제재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또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스튜어드십코드 적용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국민연금과 일부 기관투자가에 한정된 스튜어드십코드가 더 많은 투자기관으로 확산되면, 기업 경영진에 대한 주주권 행사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정책도 강화된다. 원재료 비용에 적용되던 납품대금연동제를 전기, 가스 등 에너지 비용까지 확대하고, 성과공유제를 현행 위탁-수탁 기업에서 플랫폼, 유통, IT 서비스 분야로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상반된 정책 방향, 기업계 반응과 향후 전망

이번 경제성장전략에서 주목되는 점은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과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이 동시에 제시됐다는 것이다. 경제형벌 합리화와 규제 개선을 통해 기업 활력을 제고하면서도, 산업안전과 ESG 경영에 대한 요구는 오히려 강화하는 양면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책 방향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경제형벌 합리화는 환영하지만, 동시에 추진되는 ESG 평가 강화나 과징금 도입 등은 추가적인 경영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시민사회에서는 산업안전 강화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경제형벌 완화가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업의 경제 활동 지원과 사회적 책임 강화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으로 각 정책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령 개정 작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특히 경제형벌 합리화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와 산업재해 과징금 제도의 구체적인 기준 설정이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 실효성 확보를 위한 과제

이번 경제성장전략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경제형벌 합리화와 관련해서는 국회의 입법 의지가 관건이다. 과거에도 유사한 시도가 있었지만 정치적 부담 때문에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경험이 있다.

산업재해 처벌 강화 정책의 경우에는 과징금 부과 기준의 합리성과 예측가능성 확보가 중요하다. 자의적 집행을 방지하고 기업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는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업계 및 시민사회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정책의 완성도를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업의 혁신 동력 확보와 사회적 책임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