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 새로운 협력 전략 모색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8월 22일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개최한 '과학기술 국제협력 전문가 간담회'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경훈 장관이 직접 주재한 이번 간담회에는 오태석 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윤지웅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등 외교·통상·과학기술 분야의 핵심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현재 글로벌 기술 생태계는 전례 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관세 및 수출통제 조치가 확산되고 있으며, 주요국들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기술 등 전략기술 분야에서는 기술주권 확보를 위한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우리나라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기술 선진국과의 협력 채널 다변화가 필요한 동시에, 우리의 강점 기술을 활용한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이 중요해졌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단순한 기술협력을 넘어 외교·통상 정책과 연계된 종합적 접근 방식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AI·바이오·원자력 분야 협력 강화 방안 집중 논의
이번 간담회에서는 인공지능, 생명과학(바이오), 원자력 등 3대 전략기술 분야의 국제협력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이들 분야는 국가 경쟁력 확보와 직결되는 핵심기술로, 각각 다른 접근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글로벌 AI 거버넌스 참여와 함께 국내 AI 생태계 강화를 위한 국제협력 확대 방안이 검토됐다. 최근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AI 기술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술개발과 안전성 확보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협력 프레임워크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보건안보 강화를 위한 공동연구 확대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특히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을 활용해 신약개발, 백신 플랫폼 기술 등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협력 모델 개발이 논의됐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에너지 안보 확보라는 이중 과제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이 검토됐다. 주한규 원자력연구원장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개발과 원자력 안전기술 분야에서의 국제 공동연구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용외교 기조 하 연구안보 강화 정책 방향 설정
배경훈 장관은 간담회를 통해 확보한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실용외교 기조에 부합하는 과학기술 국제협력 강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과 맞닿아 있는 정책 방향으로 해석된다.
특히 연구안보(Research Security) 강화 정책에 대한 외교·통상 관점에서의 다각적 검토가 이뤄진 점이 주목할 만하다. 연구안보는 국가 핵심기술의 유출 방지와 함께 개방적 협력을 통한 혁신 생태계 구축이라는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복합적 정책 영역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간담회 결과를 토대로 기존의 양자협력 중심에서 벗어나 다자협력 플랫폼 참여 확대, 국제기구와의 협력 강화, 민간 부문의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 등 다층적 협력 체계 구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략기술 분야별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협력 모델 개발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술 질서 재편 시대, 한국의 전략적 선택
이번 간담회는 단순한 정책 논의를 넘어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 질서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재정립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통상분쟁과 안보 불안정이 과학기술 협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교·통상·과학기술 정책의 통합적 접근은 필수적이다.
향후 과기정통부의 국제협력 정책은 기술자립과 개방협력의 균형, 핵심기술 보호와 혁신 생태계 활성화의 조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 바이오, 원자력 등 전략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글로벌 표준 설정과 기술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협력 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