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연준 내부 균열, 30년 만에 복수 총재 반대표 행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0일 공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준 내부의 깊은 의견 분열이 드러났다. 특히 크리스토퍼 월러와 미셸 보먼 총재가 금리 동결 결정에 반대표를 던지며 금리 인하를 주장한 것은 30년 만에 복수 총재가 금리 결정에 반대한 이례적 사건으로 기록됐다.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위원회의 이중 목표 양측에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승 리스크와 고용에 대한 하향 리스크를 강조했다"고 명시했다. 현재 연방기금금리는 지난 12월부터 4.25%-4.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의사록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승 리스크와 관련해 위원들은 관세의 불확실한 효과와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정되지 않을 가능성을 지적했다"며 "올해 관세 인상의 효과에 대한 시기, 규모, 지속성에 대해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기술했다.
연준 스태프의 경제 평가는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이 "미약했다"고 진단했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 위원들은 고용시장에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추가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정책적 부양이 필요하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트럼프 관세정책이 인플레이션 핵심 변수로 부상
이번 의사록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대한 연준의 우려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점이다. 연준 위원들은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상당한 불확실성"을 표현했으며, 이는 통화정책 방향 설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정되지 않을(unanchored)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연준이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압력을 단순한 일회성 충격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연준이 추진해온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심각한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의사록은 또한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더욱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동시에 노동시장 전망이 악화될 경우 위원회가 어려운 절충안에 직면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와 고용 안정이라는 이중 목표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관세정책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연준의 우려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오히려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시장 악화 신호에 대한 엇갈린 시각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는 고용시장 상황에 대한 해석도 갈리고 있다. 일부 위원들은 "경제활동과 소비지출 성장 둔화와 함께 고용에 대한 하향 리스크가 의미 있게 증가했으며, 일부 최근 데이터가 노동시장 여건 악화를 시사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우려는 회의 이틀 후 발표된 7월 고용통계에서 현실로 드러났다. 비농업 부문 일자리 증가가 예상보다 부진했을 뿐만 아니라 6월과 5월 수치도 당초 발표보다 훨씬 약했던 것으로 수정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다수 위원들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승 리스크가 이 두 리스크 중 더 큰 것"으로 판단한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이는 연준 내부에서도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정책 방향에 대해 뚜렷한 의견 차이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월러와 보먼 총재가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진 것은 이러한 내부 분열의 극명한 표현이다. 이들은 고용시장 악화 리스크가 인플레이션 리스크보다 더 시급한 문제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정치적 압박과 연준의 독립성 딜레마
이번 의사록 공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한층 격화된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바보", "패배자" 등으로 비난하며 금리 인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더욱 복잡한 것은 인사 문제다. 이달 초 아드리아나 쿠글러 총재가 사임하면서 트럼프는 자신의 인선으로 연준 이사회에 또 다른 인물을 임명할 기회를 얻게 됐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 만료되지만, 원한다면 2028년까지 총재로 남을 수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가 리사 쿡 총재에게 조지아와 미시간 부동산 관련 연방 대출 사기 혐의를 제기하며 사임을 요구하는 등 연준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백악관은 파월 의장 후임으로 현직 및 전직 연준 관리들과 경제학자, 월스트리트 전략가 등 11명의 후보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치적 압박 속에서 연준의 독립성 유지는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의사록에서 드러난 내부 의견 분열은 외부 압력보다는 경제 상황에 대한 서로 다른 진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적 맥락에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잭슨홀 심포지엄에서의 파월 메시지 주목
이번 의사록 공개는 연준의 연례 잭슨홀 심포지엄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나왔다. 22일 파월 의장이 기조연설을 통해 제시할 메시지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의장은 이번 연설에서 단기적인 금리 정책 방향과 함께 장기적인 정책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관세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고용시장 악화 우려 사이에서 연준이 어떤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지가 핵심 관심사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9월 FOMC에서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록에서 드러난 내부 분열과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를 고려할 때, 파월 의장이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기보다는 "데이터 의존적" 접근을 재확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준의 정책 결정은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은 전 세계 투자자들과 정책 당국자들이 주시하는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
이번 의사록이 시사하는 바는 연준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정책 환경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과 고용시장 악화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연준은 이중 목표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30년 만에 복수 총재가 반대표를 던진 것은 연준 내부에서도 현재 상황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는 향후 정책 결정 과정에서 더욱 치열한 논의가 예상됨을 시사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당분간 "관망" 정책을 유지하면서 경제지표 변화를 면밀히 관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고용통계, 인플레이션 지표, 그리고 관세정책의 실제 경제적 영향 등이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과 연준의 통화정책 간 조화 여부가 미국 경제의 안정성을 좌우할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의 독립성 유지와 정치적 압력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향후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