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준 대표 사임, 개인정보 유출 사태 책임
쿠팡 박대준 대표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박 대표는 10일 '최근 개인정보 사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사태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김범석 쿠팡 의장의 사과 의향을 묻는 질문에 '한국 법인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제가 현재 이 사건에 대해 전체 책임을 지고 있다'고 답한 지 일주일 만이다. 업계에서는 여론 악화와 정치권 압박이 커지면서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본사 직접 개입, 해롤드 로저스 임시대표 선임
쿠팡Inc는 박대준 대표 사임과 동시에 해롤드 로저스 최고책임자 겸 법무총괄을 임시대표로 선임했다. 로저스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법률·컴플라이언스 전문가로, 글로벌 기업과 대형 로펌을 거쳐 2020년부터 쿠팡Inc CAO로 재직 중이다. 김범석 의장과 같은 하버드 출신으로 최측근이자 쿠팡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사내 메시지를 통해 '지금 우리의 우선순위는 명확하다. 이번 사태에 철저히 대응하고 정보보안을 강화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조직을 안정시키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모든 팀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리더십·보안 시스템 재정비 vs 꼬리 자르기 논란
이번 대표 교체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긍정적 측면에서는 모기업 쿠팡Inc가 직접 나서 사태를 수습하고 고객 신뢰를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모회사 차원에서 수습 체계가 가동된 만큼 위기 대응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쿠팡은 고객 불안을 해소하고 조직을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반면 비판적 시각에서는 김범석 의장 등 실질적 경영진은 뒷짐을 지고 전문 경영인을 희생양 삼아 꼬리 자르기를 한다는 논란이 제기된다. 근본적인 책임 소재와 구조적 문제 해결 없이는 신뢰 회복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압수수색·청문회 등 악재 겹쳐, 위기관리 역량 시험대
쿠팡은 대표 교체에도 불구하고 여러 악재가 겹치며 본격적인 위기관리 시험대에 올랐다. 경찰의 압수수색과 국회 청문회가 예정되어 있어 사태 진화 역량이 시험받을 전망이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이용자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책임자 사퇴와 본사 개입만으로는 신뢰 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근본적인 보안 시스템 개선과 투명한 사고 경위 공개, 피해 보상 등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법무 전문가인 로저스 임시대표의 위기 대응 능력과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향후 쿠팡의 신뢰 회복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