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5사, 사상 최대 930억 달러 채권 발행
아마존,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빅테크 5사가 올해 93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지난 3년간 발행 합계를 초과하는 사상 최대 규모로,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 조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메타는 10월 말 300억 달러 규모 채권 발행으로 2023년 이후 미국 최대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기록을 세웠으며, 1,250억 달러의 수요를 끌어모았다. 알파벳은 11월 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250억 달러를 조달했고, 오라클은 9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자금 마련을 위해 180억 달러를 모금했다. 무디스의 에밀 엘 넴스는 기업들이 용량 제약에 직면해 있으며, AI 컴퓨팅 수요를 고려할 때 기술 기업들의 채권 시장 진입이 명확한 추세라고 분석했다.
AI 투자 열풍과 채권 시장 리스크 확산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막대한 투자가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이 채권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기술 기업 채권의 신용 스프레드는 미국 국채 대비 0.78%포인트로 확대되어 최근 몇 달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채권 보유자들이 인식된 위험에 대해 더 큰 보상을 요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9월과 10월에만 750억 달러의 AI 관련 부채가 발생했으며, 이는 지난 10년간 연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JP모건 전략가들은 AI 구축에 향후 5년간 약 1조 5천억 달러의 투자등급 채권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부채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주 급락과 시장 변동성 확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1월 초 약 4% 하락하며 4월 이후 최악의 주간 성적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과대평가된 주식 가치를 재평가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오라클 회사채는 9월 중순 이후 거의 5% 하락해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았고, 메타의 주식은 실적 발표 후 강한 채권 수요에도 불구하고 최대 14% 폭락했다. 이러한 주식과 채권 시장의 동반 하락은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회의적 시각을 반영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는 고객들에게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의 채권에 대한 숏 포지션을 권고했으며, 이를 닷컴 버블 당시 IT 회사 채권 가격이 폭락하기 전 1년 동안 8% 하락했던 사례와 비교했다.
AI 버블 우려와 시장 집중 리스크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닷컴 버블과 비교하며 AI 투자 과열에 대한 경고를 발하고 있다. 아비바 인베스터스의 프레이저 런디는 소수의 기술 기업에 부채가 대거 집중되는 것이 시장 집중 리스크를 높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채권 투자자들도 주식 시장과 마찬가지로 지속가능성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급증하는 자본 지출이 예측하지 못했던 대규모 채권 발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은 더욱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기술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과 AI 투자의 실질적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