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만성통증은 뇌의 '중추감작' 현상으로 통증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증폭된다
만성통증은 단순히 조직 손상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뇌와 척수를 포함한 중추신경계의 변화에 기인한다. 이러한 현상을 '중추감작(central sensitization)'이라고 하며, 통증 신호를 처리하는 뇌의 신경회로가 재배선되어 정상적인 자극에도 과도한 통증 반응을 보이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통증 환자의 약 70%가 이러한 중추감작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추감작은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세포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NMDA 수용체의 활성화와 장기 강화(Long-Term Potentiation, LTP) 현상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통증 역치가 낮아지고, 통증이 없는 자극에도 통증을 느끼는 이질통(allodynia)과 약한 통증 자극에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통각과민(hyperalgesia)이 나타난다.
통증 기억이 형성되면 신경회로가 변화하여 만성통증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만성통증이 지속되면 뇌는 이를 '통증 기억'으로 저장하게 된다. 이는 마치 근육이 반복적인 운동으로 강화되는 것처럼, 통증 신호를 처리하는 신경회로가 반복적인 활성화로 강화되는 현상이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통증 기억은 뇌의 여러 영역, 특히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과 섬엽(insula)에 저장되며, 이 영역들의 구조적, 기능적 변화가 관찰된다.
이러한 변화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의 한 형태로, 본래 학습과 적응을 위한 뇌의 긍정적 특성이지만 만성통증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최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연구에서는 만성통증 환자의 뇌에서 통증 처리 영역과 정서 조절 영역 간의 비정상적인 연결성이 확인되었으며, 이는 통증이 신체적 감각을 넘어 정서적, 인지적 경험으로 확장됨을 보여준다.
중추감작을 되돌리는 다학제적 접근법이 만성통증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추감작으로 인한 만성통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통증 억제가 아닌 신경회로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인지행동치료(CBT), 마음챙김 명상, 점진적 노출 치료 등의 심리적 접근법이 통증 관련 신경회로를 재구성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통증에 대한 파국적 사고를 줄이고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전략이 중요하다.
약물치료 측면에서는 기존의 진통제보다 신경조절 약물이 중추감작 치료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항경련제, 특정 항우울제, NMDA 수용체 조절제 등이 신경회로의 과민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경두개 자기자극(TMS), 척수자극술(SCS) 같은 신경조절 기술도 유망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향후 10년 내에 개인별 통증 신경회로 패턴을 분석하여 맞춤형 치료 프로토콜을 제공하는 정밀의학 접근법이 표준 치료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만성통증을 단순한 증상이 아닌 뇌의 상태로 이해하고 치료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