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연구를 위한 혈액 샘플 분석 장면

출처 : SONOW

여성 알츠하이머 환자, 불포화지방산 수치 현저히 낮아

전 세계 치매 환자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여성에게서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과 퀸 메리대 런던 공동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 환자 8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혈액 분석 연구에서, 여성 환자들의 불포화지방산 수치가 건강한 여성 대비 최대 20%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환자 306명, 경도인지장애 환자 165명, 인지적으로 건강한 대조군 370명의 혈액을 채취해 700가지 지질 성분을 정밀 분석했다. 이는 치매 연구 분야에서 가장 포괄적인 지질 분석 연구 중 하나로 평가된다.

분석 결과, 여성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포화지방 수치는 높고 불포화지방 수치는 현저히 낮았다. 특히 '뇌 건강의 핵심 영양소'로 불리는 오메가-3 지방산의 부족이 두드러졌다. 반면 흥미롭게도 남성 환자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성별에 따른 치매 발병 메커니즘의 차이점 규명

이번 연구의 핵심 발견은 알츠하이머병 발병에서 나타나는 명확한 성별 차이다. 연구를 주도한 크리스티나 레히도 퀴그릴 박사는 "성별 차이가 가장 놀라운 발견이었다"며 "알츠하이머병 연구에서 성별을 구분해 분석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차이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에스트로겐은 지질 대사와 뇌 기능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 감소가 불포화지방산 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불포화지방산,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은 뇌 혈류 개선, 뇌세포 활성화, 염증 억제 등 다양한 신경보호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착한 지방'의 부족은 뇌 기능 저하를 가속화하고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국제 알츠하이머협회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 환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65%로, 단순히 여성의 평균 수명이 길어서가 아닌 다른 생물학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그 원인 중 하나를 지질 대사 차이에서 찾은 것으로 평가된다.

오메가-3 지방산 충분 섭취, 여성 치매 예방 핵심

연구 결과는 여성의 치매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영양 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레히도 퀴그릴 박사는 "여성에게 오메가-3 지방산 결핍이 알츠하이머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여성이 불포화지방산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불포화지방산은 연어, 고등어, 참치 등 등 푸른 생선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또한 견과류(호두, 아몬드), 아보카도, 올리브오일, 아마씨 등 식물성 식품에서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 2-3회 이상 등 푸른 생선 섭취와 함께 견과류를 꾸준히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다만 연구팀은 "실제로 지질 구성 변화가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지는 추가 임상시험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재 유럽과 북미에서 오메가-3 보충이 치매 예방에 미치는 효과를 검증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성별 맞춤형 치매 예방 전략 개발 시급

이번 연구는 치매 예방과 치료에서 '원 사이즈 핏츠 올(One Size Fits All)' 접근법의 한계를 보여준다.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예방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치매 전문가들도 이러한 연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24년 기준 치매 환자 중 여성이 약 70%를 차지하고 있어, 여성 특화 예방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향후 국내에서도 성별을 고려한 치매 예방 가이드라인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