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금연이 다른 중독 회복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
담배를 끊으면 술이나 마약 등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중단하지 못하는 물질사용장애를 호전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팀이 물질사용장애 병력이 있는 18세 이상 2652명을 대상으로 4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과거 흡연자는 현재 흡연자보다 흡연 외 물질에 대한 사용장애 회복률이 42%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질사용장애는 술, 마약, 담배 등의 물질을 과도하게 사용해 신체적,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변화를 겪고 있지만 사용 중단을 못하는 병적인 상태로, 흔히 '중독'이라고 불린다. 이번 연구는 흡연과 건강에 대한 대규모 연구 데이터를 분석해 금연이 물질사용장애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연구결과는 13일 미국의사협회저널 'JAMA 정신의학'에 발표됐다.
연구 방법론은 실험참여자들이 매년 물질사용장애 회복 상태에 대한 설문조사에 답하는 종단 분석을 통해 이뤄졌다. 분석 결과 흡연 상태가 '현재'에서 '과거'로 변경된 사람들은 담배를 제외한 다른 물질로 발생한 물질사용장애에 대해서도 회복 상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중독 치료에서 금연의 역할이 단순히 담배 중독 해결에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중독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중독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 필요성
노라 볼코프 NIH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 소장은 "담배를 끊는 것은 담배 외 물질에 대한 사용장애 회복도 돕는다는 강력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중독은 단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보다 여러 중독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존의 개별 중독 물질에 대한 단편적 치료 접근에서 벗어나 통합적 중독 치료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윌슨 컴튼 NIDA 부소장은 현재 치료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금연은 다양한 건강상 이점이 있지만 약물 중독 치료 프로그램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금연을 물질사용장애 치료의 일부로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을 강화한다"고 덧붙여, 중독 치료 프로그램에서 금연이 필수 요소로 포함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중독 치료 분야에서 중요한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한다. 기존에는 각각의 중독 물질에 대해 개별적으로 접근하던 치료 방식에서, 중독의 근본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금연이 다른 중독 회복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입증됨에 따라, 중독 치료 프로그램에서 금연 지원을 핵심 구성요소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향후 연구 방향과 임상 적용 과제
연구팀은 이번 종단 분석 연구를 통해 금연의 역할을 확인했지만, 금연과 물질사용장애 간 인과관계를 보다 명확히 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까지의 연구는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수준에서 이뤄졌으며, 금연이 실제로 다른 중독 회복을 촉진하는 직접적 원인인지에 대한 메커니즘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물질사용장애 치료를 받는 중이거나 회복 중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금연을 지원하는 연구가 후속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금연 지원 프로그램이 중독 치료에 미치는 효과를 검증하는 무작위 대조군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중독 치료 분야에서 금연의 역할을 재평가하고, 통합적 중독 치료 접근법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의 중독 치료 프로그램에서도 금연 지원을 핵심 구성요소로 포함하는 방향으로 정책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