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뇌를 상징하는 일러스트와 생활습관 아이콘들

출처 : SONOW

급증하는 치매 환자, 예방이 최선의 해답

2024년 기준 전 세계 치매 환자는 약 5,500만 명에 달하며, 매년 1,000만 명씩 새로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65세 이상 고령자 중 약 10.3%가 치매를 앓고 있으며, 2040년에는 치매 환자가 12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치매는 개인과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희망적인 소식은 치매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노화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치매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랜싯 위원회(Lancet Commission)의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전체 치매 사례의 40%는 수정 가능한 위험요인과 관련이 있어 예방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인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뇌세포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하지만 이러한 병리적 변화는 증상이 나타나기 10-20년 전부터 시작되므로, 중년기부터의 꾸준한 생활습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치매 예방 생활습관 5가지

1.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뇌혈류 개선과 신경세포 보호

주 3회 이상, 1회 3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은 치매 예방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18년간 추적 연구에서는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그룹의 치매 발병률이 38% 낮았다. 운동은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분비를 촉진해 해마의 신경세포 생성을 돕고, 뇌혈류를 개선해 산소와 영양분 공급을 원활하게 한다. 특히 빠른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이 효과적이며, 근력 운동과 병행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 적극적인 사회적 교류: 인지 예비능 강화

사회적 고립은 치매 위험을 50% 증가시키는 반면, 활발한 사회 활동은 인지기능 저하를 지연시킨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의 12년간 연구에서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풍부한 노인들의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26% 느렸다. 가족, 친구와의 정기적인 만남, 동호회 활동, 자원봉사 등이 뇌의 전두엽과 측두엽을 자극해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을 강화한다. 이는 뇌 손상이 있어도 기능을 보상할 수 있는 뇌의 여유 용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3. 지중해식 식단: 뇌 염증 억제와 혈관 건강

올리브오일, 견과류, 생선, 채소, 과일이 풍부한 지중해식 식단은 치매 위험을 35% 감소시킨다.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등푸른 생선은 뇌의 염증을 억제하고 신경세포막을 보호한다. 컬럼비아 대학교 연구팀은 지중해식 식단을 엄격히 따른 그룹에서 뇌 위축률이 현저히 낮고,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도 적다는 것을 확인했다. 반대로 가공식품, 당분, 포화지방이 많은 서구식 식단은 뇌 염증을 증가시켜 치매 위험을 높인다.

4. 양질의 수면: 뇌 청소 시스템 활성화

7-8시간의 충분하고 규칙적인 수면은 뇌의 '글림파틱 시스템(glymphatic system)'을 활성화해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 같은 노폐물을 제거한다. 워싱턴 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에서는 수면 부족이 뇌척수액의 순환을 방해해 치매 원인 물질의 축적을 가속화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깊은 잠(서파수면) 단계에서 뇌 청소 작용이 가장 활발하므로, 수면의 질 관리가 중요하다.

5. 지속적인 인지 자극: 뇌의 가소성 유지

독서, 퍼즐, 새로운 기술 학습 등 지속적인 인지 활동은 뇌의 신경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시냅스 연결을 증가시킨다. 시카고 러시 대학교의 5년간 추적 연구에서는 인지 활동 빈도가 높은 그룹의 치매 발병률이 47% 낮았다. 특히 복합적 인지 활동(언어, 기억, 주의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활동)이 가장 효과적이며, 악기 연주, 외국어 학습, 복잡한 요리 등이 대표적이다.

위험요인 관리: 예방 가능한 치매의 40%

랜싯 위원회가 제시한 12가지 수정 가능한 위험요인 중 상위 5개가 전체 치매 위험의 25%를 차지한다. 난청(8.2%)은 뇌의 인지 부하를 증가시켜 치매 위험을 높이므로 보청기 사용이 중요하다. 교육 수준(7.1%)은 인지 예비능과 직결되므로 평생학습이 필요하다. 흡연(5.2%)은 뇌혈관을 손상시키므로 금연이 필수다.

우울증(3.9%)은 치매의 전조 증상이자 위험요인이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국내 연구에서도 우울증을 앓은 노인의 치매 발병률이 2.5배 높게 나타났다. 신체 활동 부족(1.6%)은 앞서 언급한 운동의 중요성을 재확인해준다.

특히 중년기의 고혈압, 당뇨병, 비만 관리가 중요하다. 이들 질환은 뇌혈관 손상을 일으켜 혈관성 치매의 직접적 원인이 되며, 알츠하이머병 진행도 가속화한다. 수축기 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유지하고, 당화혈색소를 7% 미만으로 관리하며, BMI를 25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권장된다.

실천 전략과 미래 전망

치매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은 '복합적 중재(multimodal intervention)' 접근이 가장 효과적이다. 핀란드의 FINGER 연구에서는 운동, 인지 훈련, 식단 관리, 혈관 위험요인 관리를 종합적으로 실시한 결과, 참가자들의 인지기능이 25% 향상되었다.

개인별 실천 전략으로는 단계적 접근이 중요하다. 첫 달에는 주 3회 30분 걷기부터 시작하고, 둘째 달에는 식단에 생선과 견과류를 추가하며, 셋째 달에는 새로운 취미 활동을 시작하는 식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 지속가능하다.

앞으로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전으로 개인맞춤형 치매 예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 AI 기반 인지 훈련 앱, 유전자 검사를 통한 개인별 위험도 평가 등이 상용화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치매안심센터'를 전국 256개소로 확대하고,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는 등 예방 중심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