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조3808억 재산분할 판결 파기환송 결정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오전 10시 상고심 선고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재산분할 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 회장이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한 지 8년 3개월 만이자, 지난해 5월 항소심 판결이 나온 지 1년 5개월 만의 결정이다. '세기의 이혼'으로 불린 이 소송은 이제 서울고등법원에서 재산분할 부분을 다시 심리받게 됐다. 대법원은 2심에서 인정했던 1조3808억1700만원의 재산분할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 재산분할 기여 불인정

대법원이 파기환송 결정의 핵심 근거로 제시한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에 대한 판단이다. 대법원은 '재직 시 받은 뇌물'이라며 '노소영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이 제출한 김옥숙 여사의 '선경 300억' 메모와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전달돼 그룹 초기 자산 형성에 기여했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비자금의 성격을 뇌물로 규정하며 재산분할 산정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1심 665억→2심 1조3808억, 20배 차이 번복

이번 파기환송으로 재산분할액 산정에서 극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1심에서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665억원과 위자료 1억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고 보고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원으로 20배나 늘렸다. 대법원은 또한 '최 회장이 부부공동재산 형성·유지와 관련해 제3자에게 증여하는 등으로 처분한 재산은 분할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혀 재산분할 대상 범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재심리 전망과 향후 법적 쟁점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될 재심리에서는 대법원이 제시한 새로운 기준에 따라 재산분할액이 재산정될 예정이다. 특히 노태우 비자금의 기여도를 배제하고, 제3자 증여 재산을 분할대상에서 제외하는 대법원 판단이 재산분할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재벌가 이혼소송의 재산분할 기준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SK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심리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 제출이나 감정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어 최종 결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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