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비공개 회의서 'ODA 획기적 방안' 지시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2월 7일 비공개 EDCF 운용위원회에서 한국수출입은행에 ODA 성과를 올리기 위한 '획기적 방안' 모색을 지시했다. 최 전 부총리는 '기존 사업 심사·승인 위주 업무방식에서 벗어나 EDCF 수행 역량 제고가 필요하다'며 사업 승인 소요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하는 패스트트랙 방식 도입을 검토하라고 했다. 또한 '정상 순방과 ODA를 유기적으로 연계할 시스템 구축'과 'ODA의 국익 부합 전략적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KOICA는 '국익에 부합하는 ODA'라는 표현이 국제사회에서 원조의 정치·외교적 목적 활용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캄보디아 ODA 사업, 필수 절차 생략하고 무리 추진

최 전 부총리의 지시 이후 정부는 2025년도 캄보디아·인도네시아 ODA 예산을 1300억원으로 대폭 늘려 편성했다. 하지만 현지법인 실사와 금융 계약 체결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진행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3월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으로부터 캄보디아 민간협력 전대차관 참여의향서를 받았으나, 신한은행이 7월 참여 포기 의사를 밝혔음에도 예산 편성을 그대로 강행했다. 이는 ODA 사업의 기본적인 리스크 관리와 실사 절차를 무시한 채 성과 위주로 추진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ODA 전략을 개발도상국 정부 직접 지원에서 민간 개발 중심으로 전환하고, 5억달러 이상 대형 고부가가치 사업 발굴에 집중하기로 했다.

윤석열 순방과 ODA 확대 정책의 연계성

최 전 부총리의 지시 4개월 후인 지난해 6월,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ODA 규모를 2030년까지 100억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5월 윤 전 대통령이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캄보디아에 대한 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이 기존 15억달러에서 30억달러로 2배 늘었다. 정부는 우리 기업 진출 수요가 높은 아시아에 집중하고 아프리카·중남미로 점진적 다변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024년 하반기 중 캄보디아 등에 '사업관리 컨설턴트' 파견 계획도 수립했다. 이는 최 전 부총리가 강조한 '정상 순방과 ODA 유기적 연계'가 실제 정책으로 구현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건희 특검과 ODA 청탁 의혹 수사 연결점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팀이 통일교와 희림 등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캄보디아·아프리카 ODA 사업을 청탁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어 최 전 부총리의 '신속 추진' 지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ODA를 지원 대상 국가의 개발 효과성보다 한국 정상 외교 순방의 성과를 치장하는 도구로 사용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어떤 배경에서 최 전 부총리가 ODA 사업의 신속 추진 지시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의 수사 결과에 따라 ODA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외부 압력이나 청탁 여부가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안은 ODA의 본래 목적인 개발도상국 지원보다 정치적 목적 활용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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