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 없는 1300억 ODA 예산 편성 실태

윤석열 정부가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 1297억원 규모의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편성하면서 현지 법인 실사, 금융계약 체결 등 필수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수출입은행에서 확보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민간지원 진행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원대상 현지법인 선정과 금융계약 체결 등의 절차 없이 예산이 먼저 편성된 상황이다. 특히 한 시중은행이 중간에 불참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은행의 참여를 전제로 예산이 편성되어 있어 예산 편성 과정의 부실함이 드러났다.

김건희-통일교 청탁 의혹과 특검 수사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 여사와 통일교 간의 청탁을 통해 캄보디아 ODA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려 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2022년 11월 캄보디아를 방문해 훈센 총리와 만찬을 가졌으며, 이 과정에서 ODA 사업 추진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예산을 먼저 편성한 배경에 대해 야당은 '윤 정부가 무리한 캄보디아 ODA 추진 배경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러한 의혹들이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민간협력 전대차관 사업 추진 실패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해 3월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으로부터 민간협력 전대차관 참여의향서를 접수했다. 민간협력 전대차관은 구체적 사업을 정하지 않고 지원대상 국가의 금융기관에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캄보디아 현지법인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에 각각 1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계획했다. 대출 자금은 중소기업 지원, 양성평등, 미소금융, 보건, 환경 분야에 사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5-6월 참여의향서 평가, 7월 현지법인 실사, 8월 사업승인, 10월 금융계약 체결 등 모든 계획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

ODA 사업 관리체계의 문제점과 향후 과제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ODA 사업 관리체계의 근본적 문제점을 드러냈다. 정상적인 절차 없이 예산을 먼저 편성하고, 참여 기관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은 공적 자금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크게 훼손하는 행위다. 특히 민간협력 전대차관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ODA 사업에서는 더욱 엄격한 사전 검토와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국정감사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며, ODA 사업의 투명성 제고와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ODA 사업 추진 시에는 철저한 사전 검토와 단계별 승인 절차를 통해 유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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