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서 3500억달러 투자 패키지 전격 합의
한국과 미국이 29일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장기간 교착상태에 놓였던 관세 협상을 전격 타결하고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에 최종 합의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87분간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현금 투자 2000억 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구성된 투자 방안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녁 만찬에서 취재진에게 '우리는 합의를 이뤘으며 무역협상을 거의 타결했다'고 직접 확인했다.
자동차·반도체 관세 대폭 인하로 기업 경쟁력 강화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자동차 및 부품 관세는 기존 25%에서 15%로 대폭 인하된다. 반도체 관세는 주요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조정되며, 의약품과 목재 제품에는 최혜국 대우가 적용된다. 증권업계는 관세 인하로 현대차그룹이 연간 약 4조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25% 관세 적용 시 현대차와 기아가 부담하는 연간 관세 비용은 각각 5조6000억원, 4조2000억원이지만, 15% 인하 시 각각 3조4000억원, 2조5000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연간 200억달러 투자 상한으로 외환시장 충격 최소화
가장 주목받은 조치는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해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한 점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000억 달러 투자가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연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투자금 회수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다층적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고, 수익 배분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미 양국이 5대 5로 나누되 20년 내 전액 회수하지 못할 경우 비율 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조선업 협력 'MASGA' 프로젝트로 산업 경쟁력 제고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MASGA(마스가)'는 한국 기업 주도로 추진되며 투자뿐만 아니라 보증도 포함한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신규 선박 건조 시 장기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선박 금융을 포함해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는 한편 우리 기업의 선박 수주 가능성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1431.7원에서 1420원대 초반까지 급락했고,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대체거래소에서 각각 13.97%와 10.48% 급등했다. 이번 합의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 확대와 함께 양국 간 경제협력 심화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