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SONOW
2023년 SKY 중도탈락 2481명으로 전년 대비 16.7% 급증
지난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중도에 그만둔 학생 수가 2481명에 달해 관련 통계가 처음 공개된 2007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종로학원이 교육부 산하 대학정보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는 전년도 2126명보다 355명(16.7%) 증가한 규모다. 중도탈락에는 자퇴, 등록 포기, 복학 미이행, 유급 등 다양한 사유로 학교를 떠나는 경우가 모두 포함된다.
이러한 급증세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 직결되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이 대폭 확대되면서 상위권 학생들이 의학계열 진학을 목표로 이른바 '반수(재입시)'를 택하는 사례가 폭증한 것이다. 특히 갑작스러운 정책 발표로 인해 기존 진학 계획을 수정하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별로는 고려대 중도탈락자가 1054명으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 942명, 서울대 485명 순이었다. 고려대의 경우 전체 재학생 대비 중도탈락률이 3.2%에 달해 상당한 수준을 보였다. 이는 명문대 진학 후에도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재도전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음을 의미한다.
자연계 1494명, 인문계 917명 이탈로 계열 구분 없는 의대 쏠림 현상
전공계열별로는 자연계열 중도탈락이 149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인문계열도 917명으로 집계되어 계열을 가리지 않는 의대 지향 현상이 뚜렷했다. 자연계열은 전년 대비 173명, 인문계열은 154명 증가해 둘 다 상당한 증가세를 보였다. 예체능계열은 70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여전히 일정 규모의 이탈이 발생했다.
학과별 세부 현황을 보면 서울대 인문계열에서는 인문학과가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자유전공학부 15명, 경제학부 12명이 뒤를 이었다. 자연계에서는 간호학과 27명, 화학생물공학부 24명, 재료공학부 22명이 학교를 떠났다. 고려대는 경영학과 71명, 경제학과 29명으로 인문계 탈락이 두드러졌고, 자연계에서는 전기전자공학부 65명, 생명공학부 60명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세대 역시 공학계열 중도탈락자가 155명으로 최다였으며, 인문계열 68명, 경영계열 45명이 뒤를 이었다. 주목할 점은 전통적으로 취업이 잘 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경영학과와 경제학과에서도 상당한 이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는 의학계열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보상에 대한 선호가 그만큼 강해졌음을 보여준다.
인문계 학생도 의대 진학 도전, 교차지원과 정시 확대가 배경
종로학원 관계자는 "의대 증원 발표가 갑자기 이뤄진 가운데 상위권 대학 학생들의 재도전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며 "탈락자 중 다수가 의학계열로의 진학을 염두에 두고 반수 또는 재수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문과 상위권 학과에도 이과생 진입이 늘면서 경영·경제학과에서의 이탈이 눈에 띈다"며 "인문계 학생들조차도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현상이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의대 입시에서 교차지원 허용과 정시 비중 확대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과 출신만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문과 출신도 수학과 과학 과목을 추가로 학습하면 의대 지원이 가능하다. 또한 정시 비중이 늘어나면서 단기간 집중 학습을 통한 역전 가능성도 높아졌다.
교육계에서는 이 같은 의대 쏠림 현상이 다른 전공 분야의 인재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우수한 인재들이 모두 의학계열로 몰리면 공학, 자연과학, 인문학 등 다른 분야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균형 잡힌 인재 양성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대 열풍 지속 전망, 대학별 맞춤형 진로지도와 정책 보완 필요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의대를 향한 상위권 학생들의 이탈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가 본격 시행되는 2025학년도부터는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명문대 재학생들의 재도전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재학생 대상 진로 상담과 전공 만족도 제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대는 "학생들이 현재 전공에서도 충분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연구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와 연세대도 전공별 특성화 프로그램과 글로벌 교환학생 기회 확대를 통해 재학생 만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의대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전공 분야의 사회적 대우와 처우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반의 직업 가치관 변화와 함께 균형 잡힌 인재 양성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향후 의대 열풍이 한국 고등교육 생태계에 미칠 장기적 영향에 대한 종합적 검토와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